올 ESS 입찰은 1.18GW...출력제어 피해는 사업자
[소셜밸류=이국열 기자] 정부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를 100GW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다시 확인했다. 하지만 낮 시간에 몰리는 태양광 전기를 저장할 에너지저장장치(ESS)가 계통 전체에 얼마나 필요한지는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 발전소를 지어 놓고도 전기를 팔지 못하는 ‘출력제어’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조기 달성…목표 87% 태양광
22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7일 발표한 ‘한국형 녹색대전환(K-GX) 전략’에서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조기 달성 목표를 재확인했다. 현재 약 37GW인 설비를 5년 안에 2.7배로 늘린다는 구상이다.
발전원별로는 태양광이 87GW로 전체의 87%를 차지한다. 풍력은 육상 6GW와 해상 3GW를 합쳐 9GW, 수력·바이오 등 기타가 4GW다. 정부는 K-GX 전반에 앞으로 10년간 재정 200조원과 기후금융 790조원 이상, 모두 1000조원 규모를 투입할 계획이다.
태양광은 설치 기간이 짧아 보급 속도를 내기 쉽다. 반면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지고 낮에 생산이 몰린다. 설비가 특정 지역에 쏠리면 송전망이 감당하지 못하고, 계통 안정을 위해 멀쩡한 발전기를 강제로 멈추는 출력제어가 불가피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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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광주통합특별시 해남군 태양광 발전단지 조감도 이미지/사진=기후에너지환경부 제공 |
◇ 강제로 멈추는 출력제어, 호남선 이미 현실
기후에너지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5월 전국(제주 제외) 원전·태양광·풍력의 출력제어량은 16만1805MWh다. 다섯 달 만에 지난해 연간 물량(16만9812MWh)의 95.3%를 채웠다.
이 가운데 51.3%인 8만2969MWh가 호남권에서 발생했다. 호남권 태양광은 같은 기간 45차례, 4만8960MWh가 출력제어됐다.
이에 사업자들의 불만도 쌓이고 있다. 김숙 전국태양광발전협회 사무총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정부가 발전사업 허가는 다 내주고 송·배전망 보강, 지역 간 전력수요 불균형 해소 등 대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지 못해 발생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 정책이 뒷받침되지 못해 생긴 피해를 개별 사업자가 모두 떠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는 “출력제어가 반복되는 현실에서 대책 없이 설비용량만 확대하면 생산한 전기를 정작 수요처에 보낼 수 없는 상황만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 ESS 입찰 역대 최대지만...총량은 ‘미정’
이같은 문제 해소를 위해 정부도 ESS 확충에 나섰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달 22일 ‘2026년 ESS 중앙계약시장’을 열었다. 2029년 2월까지 육지 1100MW, 제주 80MW 등 총 1180MW(7080MWh)를 구축할 사업자를 다음 달 선정한다.
1·2차 낙찰 물량을 합친 1128MW보다 많은 역대 최대 규모다. 업계는 사업비를 약 2조원으로 추산한다.
지난달 말 발표한 전력망 대책에는 배전망과 변전소에 ESS를 설치해 2030년까지 태양광 4.6GW를 추가로 접속하는 방안이 담겼다. 이를 통해 재생에너지 수용량을 송전 기준 119GW에서 171GW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계통 전체에 필요한 ESS 총량은 연말 확정될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으로 미뤄졌다. 업계는 100GW를 안정적으로 받아들이려면 ESS가 얼마나 필요한지, 보강 비용을 정부·한국전력·발전사업자가 어떻게 나눌지부터 밝혀야 한다고 요구한다.
1000조원 가운데 ESS와 전력망에 실제로 얼마가 배정될지도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 한 발전업계 관계자는 “태양광 투자를 활성화하려면 ESS 구축과 송·배전망 확충 계획이 구체적으로 제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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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SDI ESS용 배터리 박스 모형/사진=연합뉴스 제공 |
◇ 인허가는 풀었지만 안전 검증은 숙제
제도 정비도 진행 중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국무조정실은 15일부터 지자체마다 제각각이던 옥외형 ESS 시설물 분류 지침을 전국에 안내하고 있다.
사람이 드나들 수 없는 외함형 ESS를 건축물이 아닌 ‘공작물’로 분류하면 인허가 기간이 2~4개월에서 0.5~1.5개월로 줄어든다. 비용도 3000만~8000만원에서 200만~1000만원 수준으로 낮아진다.
속도를 내는 사이 안전 검증이 뒷전으로 밀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력거래소는 ESS 입찰에서 신제품 배터리에 한해 인증서·시험성적서 대신 제작사 성능보증서를 받고, 실제 서류는 상업운전 개시일까지 내도록 했다.
국정감사 제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차 입찰 낙찰사 가운데 요구된 시험성적서를 하나도 내지 않은 업체도 있었다.
전력거래소는 “준공 기한까지 증빙하지 못하면 계약가격 감액, 계약기간 축소 등 불이익을 주고, 지연이 길어지면 계약 취소와 입찰 참가 제한도 가능하다”며 “국내 ESS 산업의 기술 개발과 생산 여건 조성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보급 목표 숫자보다 전기를 ‘담고 보낼 그릇’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87GW라는 목표치보다 투자 환경을 먼저 갖춰야 시장이 커지고, 경쟁을 통해 가격도 내려갈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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