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유업, 창업주 신념 따라 질환별 특수분유 생산 지속
남양유업, 특수분유 가격 동결부터 뇌전증 환자 식단 지원까지
[소셜밸류=한시은 기자]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높이고 책임을 다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화두로 등장한 지 오래다. ESG 경영은 실행 여부에 따라 기업의 생사가 갈릴 정도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이에 소셜밸류(SV)는 기업의 ESG 전략과 실천 의지를 살펴보고, 지속가능한 기업으로서 자리매김하는데 보탬이 되고자 기획을 마련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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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J제일제당·매일유업·남양유업이 낮은 수익성에도 희귀·난치질환자를 위한 저단백밥과 특수분유의 생산·공급을 이어가고 있다./사진=AI 생성 이미지(ChatGPT) |
쌀밥이나 분유를 마음 놓고 먹을 수 없는 희귀질환자들을 위해 식품기업들이 특수식 생산을 이어가고 있다. 수요가 적고 제조 공정도 까다로워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환자들에게 꼭 필요한 먹거리인 만큼 제품 개발부터 생산과 공급까지 발 벗고 나서는 모습이다.
◇ CJ제일제당, 18년째 저단백밥 생산…성인 환자 구매 사각지대도 보완
2009년 당시 페닐케톤뇨증(PKU)을 앓는 자녀를 둔 직원의 건의로 연구개발에 착수했다. 총 8억원을 투자하고 7개월간 연구한 끝에 독자적인 기술과 제조시설을 확보해 제품을 선보였다.
PKU는 한국인에서 4만명 이상당 1명꼴로 발생하는 선천성 질환이다.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의 일종인 페닐알라닌을 분해하는 효소가 없거나 부족해 발생한다. 음식을 통해 섭취한 페닐알라닌이 정상적으로 대사되지 못하고 체내에 쌓이면 뇌와 신경계 등에 손상을 줄 수 있어 평생 식이 관리가 필요하다. 고기나 우유뿐 아니라 쌀밥에 들어 있는 단백질도 섭취량을 조절해야 하는 만큼 저단백밥은 환자들의 식단을 구성하는 중요한 식품이다.
햇반 저단백밥은 알칼리액 등 화학용액 대신 단백질 분해효소와 자체 개발한 제조장치를 활용해 단백질 함량을 낮추면서 밥맛을 살렸다. 다만 쌀 도정 후 단백질을 분해하는 데만 24시간이 필요하고, 별도의 특수 공정을 거쳐야 해 일반 햇반보다 생산 시간이 10배 이상 걸린다. 제조 원가도 2배 이상 높다. CJ제일제당은 생산효율과 수익성이 낮지만 환자들에게 필요한 식품을 공급한다는 취지로 생산을 이어왔다.
올해는 성인 환자들의 구매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지원체계도 마련했다. 지난 6월 질병관리청,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와 업무협약을 맺고 7월부터 만 19세 이상 선천성대사이상 환자를 대상으로 특수식 구매 지원을 시작했다.
그동안 성인 환자들은 미성년 환자 지원 이후 남은 물량을 개별적으로 구매하거나 고가의 해외 제품과 온라인 재판매 상품에 의존해야 했다. 평생 식이 관리가 필요하지만 성인이 된 이후에는 안정적으로 제품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앞으로는 성인 환자가 분기별 사전 주문을 통해 햇반 저단백밥을 개당 1700원에 연간 최대 1248개까지 정기 배송받을 수 있다. CJ제일제당은 생산·공급을,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는 구매 접수와 주문 지원을, 질병관리청은 주문 시스템 구축과 신청 자격 관리 등을 맡는다. 질병관리청은 기존 고가 구매와 비교해 환자 1인당 연간 최대 848만~1410만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CJ제일제당은 성인 환자에게 공급할 추가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다른 제품의 생산 라인도 조정했다. 제품을 만드는 데서 나아가 환자들이 필요한 물량을 일정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도록 공급 기반을 보완한 것이다.
◇ 매일유업, 경제성 낮아도 특수분유 생산…27년째 환아 곁 지켜
매일유업도 소수 환아를 위한 특수식 생산을 이어가는 기업이다. 1999년 선천성대사이상 환아용 특수분유를 자체 개발한 이후 올해로 27년째 공급하고 있다. 현재 생산하는 제품은 8종 12개로, 질환별로 특정 아미노산을 제거하고 비타민·미네랄 등 필요한 영양성분을 보충했다.
특수분유는 일반 분유를 먹기 어려운 환아들의 영양 섭취를 돕지만, 수요가 적어 대량생산을 통한 원가 절감이 어렵다. 특히 질환별 제품마다 배합이 달라 생산을 전환할 때마다 설비를 멈추고 정밀 세척하는 과정도 거쳐야 한다. 소량 생산에 따른 원료 확보와 연구개발 비용 부담도 크다.
매일유업은 이 같은 여건에서도 자체 기술로 개발한 특수분유의 생산을 이어왔다. 이는 고 김복용 창업주의 ‘단 한 명의 아이도 건강한 삶에서 소외돼서는 안 된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환아들의 건강을 우선한다는 방침에 따른 것이다.
특히 지원 범위를 해외로 넓혀 지난 2024년부터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헬스케어 자회사 ‘알리건강’과 특수분유 공급협약을 맺고 중국 선천성대사이상 환아들에게 ‘앱솔루트 엠피에이(MPA)’ 1·2단계 제품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 남양유업, 특수분유 공급 지속…‘케토니아’ 연구개발도 이어가
남양유업은 1985년 갈락토스혈증 환아를 위한 ‘XO 알레기’를 시작으로 일반 분유를 먹기 어려운 아이들을 위한 특수분유를 생산해왔다. 이른둥이를 위한 ‘XO 이른둥이’, 특수 조제분유 ‘XO 닥터’ 등을 통해 소수 환아들의 영양 섭취를 지원하고 있다.
XO 알레기는 인구보건복지협회에 공장 출고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납품하고 있고, XO 이른둥이는 가정의 경제적 부담을 고려해 2007년부터 가격을 동결했다. 수요가 제한적이고 연구개발과 설비 투자에 비용이 들지만 환아들에게 필요한 제품을 공급한다는 취지다.
2002년에는 케톤생성 식이요법이 필요한 뇌전증 환자를 위한 ‘케토니아’를 개발했다. 남양유업에 따르면 세계 최초의 액상형 케톤생성식으로, 현재 국내에서 유일하게 해당 제품을 생산·공급하고 있다.
케톤생성 식이요법은 탄수화물 섭취를 제한하고 지방 비중을 높여 일부 난치성 뇌전증 환자의 발작 조절에 활용된다. 다만 가정에서 영양소 비율을 계산해 식단을 준비하고 장기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케토니아는 지방·탄수화물·단백질 비율을 미리 맞춘 액상형 제품으로 이러한 식단 관리 부담을 덜 수 있다.
남양유업은 낮은 수익성에도 케토니아의 생산과 연구개발을 이어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올해 2월에는 한국뇌전증협회가 주최한 ‘세계 뇌전증의 날’ 기념행사에서 C10 지방산을 강화한 리뉴얼 제품을 공개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생산설비를 갖추고 제품을 만들려면 기본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생산 물량이 있지만, 특수식은 수요가 적어 매출이나 영업이익에 기여하기 어려운 제품”이라며 “수익을 목적으로 생산하는 제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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