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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레터]#3 18세기를 강타한 집순이·집돌이 패션

이수아 / 기사승인 : 2020-12-11 00:4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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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은 돌고 돌아, 작품 속 홈웨어 패션

요즘 가장 주목받는 패션이 뭘까요? 바로 파자마, 홈웨어(Homewear: 가정에서 입을 수 있는 의복의 총칭) 입니다. 코로나19 여파가 계속되면서 집에서 입는 홈웨어 패션이 강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습니다. 과거에도 홈웨어 패션이 전 세계를 강타했다는 걸 아시나요?


지금 소개하는 작품들의 배경인 18세기 중엽에는 홈웨어 패션이 그야말로 대유행이었습니다. 당시엔 살롱문화로 인해 손님들이 예상치 못한 때에 불쑥 집을 방문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가지 수가 많고 복잡한 옷은 차려입는 데에 많은 시간이 걸려 불편함이 있었죠. 당시 교류가 많던 사람들은 이런 일에 대비해서 입기 쉬우면서도 화려한 홈웨어 의상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사진: 드미트리 레비츠키, 프로코피이 데미도프의 초상, 1773, The State Tretyakov Gallery [제공 = 아트램프]
사진: 드미트리 레비츠키, 프로코피이 데미도프의 초상, 1773, The State Tretyakov Gallery [제공 = 아트램프]

프로코피이 데미도프는 러시아 제국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 중 하나였습니다. 그는 지적이고,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이 있었죠. 러시아의 유명한 예술가 드미트리 레비츠키가 작품을 통해 그 사실을 보여줍니다. 프로코피이의 초상화는 훈장으로 장식된 관복 대신 홈웨어 정장을 입은 귀족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주변에 놓인 화분은 그의 취미가 정원 가꾸기였다는 걸 보여주고, 우아한 자세와 고급스러운 실크 옷이 이 사람에 대해 많은 정보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실제로 데미도프는 집에서 비단 가운을 입을 만큼 부자였습니다. 그가 착용한 에메랄드색 터번은 1700년대 후반에 유행했던 오리엔탈리즘 패션이었습니다. 하지만 앞치마나 장갑을 끼지 않고 정원을 가꾼다는 것은 비싼 옷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걸 짐작하게 합니다.


탁자 위엔 펼쳐진 책들이 보입니다. 데미도프의 오른손은 분무기 통에 닿아 있고, 왼손은 식물들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화분 뒤에 희미하게 보이는 건물은 모스크바 고아원입니다. 데미도프는 화분을 가리키고 있던 걸까요? 아니면 뒤에 있는 건물을 가리켰던 걸까요?


사진: 프랑수아 제라르, 줄리엣 레카미에의 초상, 1805, Carnavalet Museum [제공 = 아트램프]
사진: 프랑수아 제라르, 줄리엣 레카미에의 초상, 1805, Carnavalet Museum [제공 = 아트램프]

줄리엣 레카미에는 19세기 초 ‘프랑스의 최고 미인’으로 손꼽히며 사교계를 지배한 전설적인 여인입니다. 그녀의 미모를 그림으로 아무리 표현하려고 해도 실제를 따라갈 수 없었다고 합니다. 특별한 일을 하지 않았음에도 그녀 주위엔 유명한 작가, 예술가, 그리고 왕실 사람들이 항상 북적였습니다. 나폴레옹 황제 또한 그녀를 정부로 삼고 싶어할 정도였죠.


이 초상화는 프랑스의 유명한 궁정 화가 다비드의 제자인 프랑수아 제라르가 그린 작품입니다. 프랑스혁명 이후 패션계엔 새로운 무언의 규칙이 생겼습니다. 바로 옷이란 모든 사람들이 입을 수 있을 만큼 저렴해야 한다는 것이죠.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이 아름답고 특별한 여인은 평범한 합성섬유로 만든 원피스를 입고 있습니다. 입고 있는 옷이 화려한 외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수해 보이지 않나요?


확실히, 면으로 만든 원피스는 유럽의 겨울을 나기에는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캐시미어 망토가 원피스에 옵션으로 따라다니게 됩니다. 하지만 값이 너무 비싸서 일부 여성들은 결혼할 때에 지참금으로 이 망토를 마련하기까지 했습니다.


사진: Pavel Fedotov, Breakfast of an Aristocrat, 1850, The State Tretyakov Gallery [제공 = 아트램프]
사진: Pavel Fedotov, Breakfast of an Aristocrat, 1850, The State Tretyakov Gallery [제공 = 아트램프]

파벨 페도토프는 러시아의 대표적인 풍속화가입니다. 우스꽝스러운 장면을 연출해 풍자와 해학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죠. 마치 작품 속 인물이 19세기에서 툭 튀어나온 것처럼 보입니다. 러시아청년 귀족의 삶을 그린 이 작품 속 청년은 카드 게임으로 전 재산을 날렸지만, 사치스러운 것으로 자신을 치장하면서 불행을 감추려고 합니다. 특히 화려한 홈웨어 의상이 압도적이죠.


의상을 한번 살펴볼까요? 이 젊은 귀족은 값비싼 소재의 가운을 입고 실크로 만든 넓은 바지를 입었습니다. 꼭 요즘 유행하는 패션같지 않나요? 연기와 먼지로부터 머리카락을 보호하기 위한 스모킹 캡(Smoking Cap) 또한 1800년대 초반에 매우 유행했습니다. 여성들은 모자에 수를 놓아서 남성들에게 선물을 하기도 했죠.


테이블엔 금으로 된 페르시아 램프도 보입니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닙니다. 그가 먹으려는 음식을 자세히 보세요. 빵 한 조각이 아침식사의 전부입니다! 하얀 푸들이 문 밖에 온 방문객을 향해 짖자, 손님이 온 것을 알아차린 귀족이 깜짝 놀라며 책 밑에 빵을 숨기는 모습을 보입니다. 아, 그 모습이 어쩐지 짠하네요.


사진: Friedrich Carl Frieseke, The Robe, 1915, Indianopolis museum of Art [제공 = 아트램프]
사진: Friedrich Carl Frieseke, The Robe, 1915, Indianopolis museum of Art [제공 = 아트램프]

프레드릭 칼 프리스케는 독일 태생의 미국의 인상파 화가입니다. 그는 집 안과 정원에서 여성의 누드화를 주로 그렸습니다. 프리스케는 연한 파스텔 색채와 나른한 분위기가 돋보이는 작품들을 선보였습니다. 그림을 보며 누군가가 떠올랐나요? 르누아르의 로맨틱하고 밝은 스타일이 그의 작품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19세기 말 서양에서 일본식 기모노는 홈웨어 의상의 필수 아이템이었습니다. 부드럽고, 입기에도 쉬웠죠. 이러한 특징 때문에 유럽 여성들은 점차 일본 패션을 좋아하기 시작했습니다. 1910년대에 기모노는 허리 조임 위치를 높이고 소매와 치마폭을 넓게 한 하이웨스트 이브닝드레스(high-waisted evening dress)의 형태로 새롭게 탈바꿈하기도 했습니다.


요즘 같은 시기, 밖으로 외출할 일이 적어지면서 온라인 회의를 하거나 택배를 수령하기 위해 편안하면서도 준비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홈웨어는 그야말로 꼭 필요한 패션 아이템이 되었습니다. ‘오늘 뭐 입지?’ 사람들이 살면서 가장 많이 하는 생각 중의 하나일 것입니다. 패션을 문명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표현하는 까닭이죠. 패션에 담긴 문화와 시대 정신은 그 시대를 그대로 투영하고 있습니다. 미래에는 지금 시대의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어떤 이야기를 하게 될까요? 아마도 “2020년에 사람들은 집에서 누리는 소소한 행복을 추구했다.”라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 아트레터란?

예술을 통해 영감을 얻고 내면의 성찰을 바라며 아트레터는 시작되었습니다. 마음을 풍요롭게 만드는 아트 스토리와 미감을 높여줄 예술 작품을 '아트램프'가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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