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 협력사도 ‘예지보전’ 등 AI 역량 강화 나서
[소셜밸류=이국열 기자] 반도체 공장 장비가 멈추기 전에 인공지능(AI)이 먼저 이상 징후를 잡아낸다. 진동·온도·전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고장 시점을 예측하고, 엔지니어는 AI가 제시한 원인과 대책을 검토해 최종 판단을 내린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2030년을 목표로 ‘자율형 팹(Autonomous FAB)’ 구축에 속도를 내면서 장비 협력사의 기술 전략도 달라지고 있다.
배경에는 AI발 메모리 호황이 있다. 공급 부족이 2028년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생산라인 증설이 잇따르고 있다. 생산라인이 늘고 공정이 복잡해질수록 숙련 인력의 경험만으로는 수율과 가동률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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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와 손잡고 디지털 트윈·예지보전 기반 ‘AI 자율 공장’ 구축에 나선다. 사진은 ‘GTC 2026’에서 공개된 삼성전자·엔비디아 AI 협력 분야/사진=삼성전자 제공 |
◇ 삼성전자, 엔비디아·미스트랄과 ‘AI 자율 공장’ 구축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국내외 생산 공장을 ‘AI 자율 공장’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엔비디아와 손잡고 ‘반도체 AI 팩토리’를 구축 중이며, 향후 수년간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5만개 이상을 도입한다.
가상 공간에 실제 공장을 구현한 디지털 트윈으로 설비 이상 감지와 고장 예측, 생산 일정 최적화를 추진하고 있다. 미세 공정의 회로 왜곡을 예측·보정하는 광학 근접 보정(OPC) 연산에 엔비디아 기술을 접목해 시뮬레이션 성능도 기존보다 20배 높였다.
프랑스 미스트랄 AI와는 반도체 데이터에 특화된 AI 모델을 공동 개발해 외부 클라우드가 아닌 사내 인프라에서 운영하기로 했다. 핵심 공정 데이터의 보안을 지키면서 AI를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 SK하이닉스, 54조 신규 팹에 ‘자율형 팹’ 3대 축 적용
SK하이닉스는 용인 Y2와 청주 M17에 총 54조원을 투입해 신규 팹을 짓기로 했다. 이와 함께 자율형 팹의 3대 축으로 ‘오퍼레이셔널 AI’와 ‘피지컬 AI’, ‘디지털 트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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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하이닉스는 용인 Y2와 청주 M17에 총 54조원을 들여 신규 팹을 짓고, 자율형 팹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사진은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감도/사진=SK하이닉스 제공 |
엔지니어의 판단과 노하우를 데이터로 구현해 설비 유지보수와 결함 분석 시간을 50% 이상 단축했고, 물류 로봇과 이송 시스템을 지능화해 부품 재고를 약 30% 줄일 것으로 SK하이닉스는 기대하고 있다.
AI가 원인과 대응책을 제시하면 엔지니어가 검증하고 최종 결정하는 구조다. 현장에는 안전 감독 로봇과 고소 작업용 비전언어모델(VLM) 기반 드론도 도입하고 있다.
◇ 장비 협력사, ‘예지보전’이 새 경쟁 기준
변화는 장비 협력사로 번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글로벌 주요 장비사, 국내 협력사와 장비의 AI 기능 강화를 위한 협의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은 장비 센서 데이터를 분석해 고장 징후를 미리 파악하는 ‘예지보전’이다. 고장 이후 사람이 수리하는 사후 정비보다 인력과 비용을 줄이고 가동 중단을 최소화할 수 있다.
장비사로서는 하드웨어 성능에 더해 AI 소프트웨어 역량이 새로운 경쟁 기준으로 떠오른 것이다. 삼성전자가 공정 데이터 일부를 협력사와 공유하기 위해 구축한 플랫폼 ‘DSEP’에는 장비사를 중심으로 60여곳이 참여하고 있다.
◇ 정부 지원 확대...데이터 공유·재교육은 과제
정부도 지원을 확대했다. 올해 스마트공장 보급·확산 예산은 4021억원으로 전년(2361억원)보다 약 70% 늘었으며, 자율형 공장 30곳과 제조 AI 특화 스마트공장 400곳 지원을 추진한다.
과제도 있다. 협력사와 공유하는 데이터의 범위와 활용 기준, 엔지니어의 역할 변화에 따른 재교육, 공정 데이터 보안 등이 대표적이다.
반도체 공장에서 시작된 피지컬 AI는 배터리와 조선 등 제조업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사람은 판단하고 AI는 예측하는 공장이 K 제조업의 새 표준으로 자리 잡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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