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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레터] #20 뮤즈에서 벗어난 초현실주의 여성 예술가들

이수아 / 기사승인 : 2022-01-13 17: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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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즈의 삶을 벗어던진 그녀들

페미니즘은 최근 몇 년 동안 한국사회의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문화 중에서도 실제 생활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 하나가 패션이지요. 2016년부터 디올(Dior)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은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는 줄곧 페미니즘을 강조한 초현실주의적 여성을 주요 컨셉으로 하고 있습니다.


사실 초현실주의는 여성의 이미지를 현실로부터 벗어나게 해주는 뮤즈로서 사용하거나, 욕망의 대상으로 표현하는 등 남성 중심의 사조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여성 예술가들이 예술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준 이면성도 있습니다. (페미니스트들이 사랑하는 최고의 여성 화가 프리다 칼로 또한 초현실주의 예술가입니다.)


이번 아트레터에서는 무의식이라는 별나고 모호한 영역을 표현하면서도, 예술 안에서 여성 위치를 미묘하게 묘사한 초현실주의 여성 아티스트들을 소개합니다.



1. 레오노르 피니 (Leonor Fini)


사진: Leonor Fini in Paris, 1975, photography by Eddy Brofferio, source: https://www.leonor-fini.com [사진 제공 = 아트램프]
사진: Leonor Fini in Paris, 1975, photography by Eddy Brofferio, source: https://www.leonor-fini.com [사진 제공 = 아트램프]

레오노르 피니는 이탈리아의 트리에스테에서 자란 아르헨티나 출신 초현실주의 화가입니다. 1930년대 초반 그녀는 예술가로 활동하기 위해 파리로 이사했고, 반항적이며서도 독특한 매력을 지닌 그녀는 곧 그 시대의 모든 예술가들과 친구가 되었습니다. 조르조 데 키리코, 살바도르 달리, 막스 에른스트 등 당대 초현실주의의 대가들이라고 불리는 이들이었죠.


피니는 양성애자로 알려졌으며 누구에게나 자신의 그림처럼 신비롭고 강한 성적 매력을 발산했습니다. 팜므파탈의 개념을 그녀의 삶 자체를 통해 구현하였죠. 그녀는 어떤 공식적인 미술 교육을 받아보지 않았지만, 르네상스 스타일과 매너리즘 스타일을 매우 잘 이해하고 이용했습니다. 작품을 살펴보면 밝은 색상을 띠며 매우 강력한데, 초현실주의뿐만 아니라 상징주의와 낭만주의로부터 영향을 받기도 했습니다.


사진: Leonor Fini, The Shepherdess of the Sphinxes, 1941, The Peggy Guggenheim Collection, Venice [사진 제공 = 아트램프]
사진: Leonor Fini, The Shepherdess of the Sphinxes, 1941, The Peggy Guggenheim Collection, Venice [사진 제공 = 아트램프]

그녀의 그림 속엔 스핑크스, 마녀, 늑대인간과 같은 특정한 상징들이 반복해서 사용됩니다. 특히 스핑크스는 남성 초현실주의자일 경우 '공격성'의 개념으로 볼 수 있지만, 피니가 그린 스핑크스는 그와 대조적으로 '보호와 친절'을 상징합니다. 어린 소녀 역시 기존에 갖고 있던 여리고 신비로운 이미지보단 강하고 센 분위기와 섹시함이 흐릅니다.



2. 리 밀러 (Lee Miller)


사진: George Hoyningen – Huene, Lee Miller for Vogue, May 1931, Source: Vogue. [사진 제공 = 아트램프]
사진: George Hoyningen – Huene, Lee Miller for Vogue, May 1931, Source: Vogue. [사진 제공 = 아트램프]

리 밀러는 아메리칸 보그에서 포즈를 취하던 모델이었습니다. 그러나 사진 속 뮤즈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사진작가가 되기로 결심합니다. 이후 그녀는 당대 최고의 비주얼 아티스트였던 만 레이에게 무작정 찾아가고 그의 견습생이 됩니다. 그들은 후에 연인이자 서로를 도와주는 협력 관계가 되었습니다.


사진: Lee Miller, Nude bent forward, 1930. © Lee Miller Archives, England 2017, source: leemiller.co.uk [사진 제공 = 아트램프]
사진: Lee Miller, Nude bent forward, 1930. © Lee Miller Archives, England 2017, source: leemiller.co.uk [사진 제공 = 아트램프]

밀러는 만 레이와 함께 사진 현상과정에서 극단적인 빛을 노출시켜 밝은 부분이 부분적으로 반전되어 보이는 솔라리제이션(solarization) 기법을 발전시킨 인물입니다. 그녀는 사진작가가 되었지만 다시 한번 변화에 대한 욕망을 느낍니다. 결국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보그지의 종군기자로 활동하며 전쟁 기간 내내 카메라를 들고 상처 입은 병사들, 나치 수용소의 참혹한 현장을 포착합니다. 이러한 그녀의 끊임없는 예술에 대한 욕망과 도전 의식은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끼치고 명성을 얻었습니다.



3. 메레 오펜하임 (Méret Oppenheim)


사진: Méret Oppenheim, Object (Breakfast in Fur), 1936, cup, saucer and spoon covered in Chinese gazelle fur,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USA. © 2019 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 Pro Litteris, Zurich. [사진 제공 = 아트램프]
사진: Méret Oppenheim, Object (Breakfast in Fur), 1936, cup, saucer and spoon covered in Chinese gazelle fur,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USA. © 2019 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 Pro Litteris, Zurich. [사진 제공 = 아트램프]

메레 엘리자베스 오펜하임은 1913년 베를린에서 태어난 스위스의 예술가입니다. 예술가로서 활동하는 것 외에도, 위에서 언급한 만 레이의 모델이 되어 포즈를 취하기도 했습니다. 오펜하임은 1936년에 만든 “오브제(Breakfast in Fur)”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고, 익숙한 것을 낯설게 만드는 것이 특징인 초현실주의의 징표가 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중국 영양 털로 덮인 컵, 받침접시, 그리고 티스푼으로 구성되었습니다. 물건의 본질적 기능을 빼앗아 전혀 다른 대상으로 바꾸는 개념 외에도, 벌거벗은 누드를 떠올리는 성적 암시를 담고 있기도 합니다.


사진: Méret Oppenheim, Ma Gouvernante (My Nurse or Mein Kindermädchen), 1936, metal plate, shoes, string, paper, Moderna Museet, Stockholm, Sweden. © Meret Oppenheim/Bildupphovsrätt 2020. [사진 제공 = 아트램프]
사진: Méret Oppenheim, Ma Gouvernante (My Nurse or Mein Kindermädchen), 1936, metal plate, shoes, string, paper, Moderna Museet, Stockholm, Sweden. © Meret Oppenheim/Bildupphovsrätt 2020. [사진 제공 = 아트램프]

오펜하임은 그녀가 꾼 꿈과 칼 융으로부터 영감을 얻곤 했습니다. 그녀는 일상의 물건을 가져다가 초현실적인 방법으로 비틀어진 여성성과 남성에 의한 여성 착취를 모두 끄집어냈습니다.


부활절의 칠면조처럼 꽁꽁 싸매여진 하얀 구두로 제작된 마 구베르난테(Ma Gouvernante, 나의 간호사 또는 Mein Kindermédchen)라는 작품입니다. 작품 속 구두는 남성에 의해 구속되고 착취된 벌거벗은 여성의 몸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작품이 주는 느낌이 너무나 강렬해서 1936년 전시회에서 한 여성관객은 이 작품을 파괴하려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4. 도라 마르 (Dora Maar)


사진: Dora Maar, The years lie in wait for you, Portrait of Nusch Eluard, c. 1935, photograph, gelatin silver print on paper, The William Talbott Hillman Collection © ADAGP, Paris and DACS, London 2019. [사진 제공 = 아트램프]
사진: Dora Maar, The years lie in wait for you, Portrait of Nusch Eluard, c. 1935, photograph, gelatin silver print on paper, The William Talbott Hillman Collection © ADAGP, Paris and DACS, London 2019. [사진 제공 = 아트램프]

도라 마르라는 이름을 들은 사람들 대부분은 피카소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그녀는 피카소의 뮤즈이자 연인이었을 뿐만 아니라, 야심차고 진보적인 예술가이기도 했습니다. 그녀가 피카소를 만나기 전에, 이미 그녀는 손과 얼굴처럼 인간의 신체 부위가 조개껍질과 거미줄에서 나오는 신비한 표현으로 초현실주의 사진작가로서 이름을 알렸습니다. 그녀는 좋은 집안에서 태어났고 매우 지적이었습니다. 다양한 학교에서 예술을 공부하며 예술가들과 교류했죠. 피카소가 사랑했던 여성들 중 단연 가장 지적이고 수준 높은 대화를 할 수 있었습니다.


사진: Dora Maar, Mannequin avec une grande étoile à la place de la tête, 1936, Collection Centre Pompidou, Musée national d’art moderne, Paris, France. [사진 제공 = 아트램프]
사진: Dora Maar, Mannequin avec une grande étoile à la place de la tête, 1936, Collection Centre Pompidou, Musée national d’art moderne, Paris, France. [사진 제공 = 아트램프]

도라는 1930년대 파리에서 포토 스튜디오를 열어 광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상업적 요소에도 불구하고 초현실주의적 영향을 작품에 은은하게 스며 넣으며 환상과 현실 사이에서 미묘한 균형을 잘 잡아냈습니다.


사진 속 별 모양 모자를 쓴 여자를 보면, 단순히 모자일 수도 있겠지만 무의식, 수면, 꿈과 초현실주의 사상이 완벽하게 포함되어 있습니다. 다재다능한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도라는 피카소와 생활하면서 그의 여성 편력으로 인해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지쳐버렸어요. 피카소는 그녀를 우는 여인으로 표현하며 애달픈 그녀의 모습을 그려내기도 했죠. 그녀는 결국 피카소와 9년 만에 헤어지고 남은 여생을 우울증으로 고생하며 보내야 했지만 그녀의 예술적 강인함은 현재까지도 칭송받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감염병으로 인해 알 수 없는 미래, 불안한 현실을 마주하면서 공상적·초현실적인 분위기의 시각물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초현실주의와 동시대 현실을 비교해보며 다가올 미래를 꿈꿔보면 좋겠습니다.



▶ 아트레터란?
예술을 통해 영감을 얻고 내면의 성찰을 바라며 아트레터는 시작되었습니다. 마음을 풍요롭게 만드는 아트 스토리와 미감을 높여줄 예술 작품을 '아트램프'가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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