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치 공유 언론-소셜밸류 - [뮤즈 모임] ′찬바람′을 주제로 한 생각과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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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즈 모임] '찬바람'을 주제로 한 생각과 글

권호 기자 / 기사승인 : 2019-08-10 18: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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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터스 작가: 허상범] 찬바람이 불기 전에





당신의 입가에 머문 찬바람이


관통해 가슴을 식히면


자물쇠 보다 더욱 단단한


그 얼어붙은 심장 때문이겠죠.


찬바람이 불기 전에


저는 돌아설까 합니다.


밖에는 찬바람이 붑니다.


가로수가 휘날리고


도시가 울렁이고


분명 쉽지 않은 길입니다.


그러나 돌아서야 합니다.


당신의 고운 입술이


찬바람을 속삭이는 것은


그토록 잔인한 일이기에.



[라이터스:김지수 작가] 빨간, 맛




한강 물이 부글부글 끓어올라


그 속에서 무수한 깔다구가 태어나고


사람인 척 모여 강 가에서 소풍했다


익은 바람 부는 밤섬의 밀림 위로


목이 긴 공룡이 먹먹히 우는 모습에


나는 분홍으로 지는 해 쪽으로 누워


그저 조금 자려했는데


나는 작은 귤이 되고 말았네


나는 새빨간 태양이 되고싶었는데


시꺼먼 시베리아 침엽수 사이를


하얗게 보라치며 달려온 것이


하늘을 덮어버린 이 밤


하늘에 별은 얼어서 빛나고


나는 쪼그라들어 두꺼워진 눈꺼풀을


환상같은 섬광을 마지막으로


닫고 말았네



[라이터스: 손지성 작가] 바람이 차서




언제나


결국에는


내 마음인걸 알면서도


바람이 차서 그런게 아닌데


비여진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 게


내 마음인걸 알면서도


바람이 차서 그런게 아닌데


파래진 그 생각에 둘러야 하는 게


내 마음인걸 알면서도


바람이 차서,


바람이 차서.




[라이터스: 생각꾼 작가] 찬바람(1)




찬바람 불 때 만나기로 했던 건 아니었다만


당신과의 첫 조우는 한겨울이었네요


그래서 날씨는 차고 손발은 꽁꽁이지만


그 덕에 차가운 당신 손 잡을 수 있어서


그렇게 마음이 또 덥혀지는 것 같아서


둘 사이엔 마치 봄이 온 듯 한 느낌이라서


뭐 그거면 된 거겠죠


우리 이 계절을 지나고 또 지나


다시 또 돌아오는 이 계절에도


찬바람 불 때도 계속 함께하기로 해요




찬바람(2)




그토록 원치 않던 계절이었다


찬바람 불면 만나자던 약속은


당신의 부재와 더불어 온 데 간데없으며


뜨겁던 우리의 그 시절 또한


살을 에는 강추위에 비정하게도 얼어붙었다



[라이터스: 토라작가] 찬바람




따뜻한 바람이 불었던


당신에게서


찬 바람이 분다


따뜻했던 마음이


이제는 시리다


하지만 이내


다시 따뜻해진다


당신의 찬 바람을


이겨내기위해


나를 더 감싸게 되니까





[라이터스: 심스 작가] 찬 바람이 불던 날




유난히도 추운 12월 겨울의 어느 날, 배움이 짧아 좋은 직장도 얻지 못하고, 내세울게 없어 장가도 못가고, 평생을 뼈 빠지게 일만 했지만 모은 재산 하나 없는, 하지만 여든의 늙은 어매를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장성한 아들이 아직 동도 트기 전 대문 밖을 나선다.


“추우니께 몸 조심하고, 미끄러지지 않게 천천히 댕겨. 바쁘다고 뛰어댕기다 자빠지면 너만 손해여”


이제는 검은 머리를 찾아볼 수 없는 등 굽은 엄마는 그래도 자식 걱정 뿐이다.


“네, 엄니도 집에 잘 계셔유”


어느덧 함께 늙어버린 아들은 자동응답기의 대답처럼 늘 하던 대답을 늙은 엄마에게 뱉어놓고 자기의 길을 떠난다. 하지만 이들 둘은 알고 있다. 서로가 서로를 누구보다 의지하고 사랑하고 있음을.


그렇게 아들이 길을 나선지 얼마나 되었을까, 아침식사를 마치고 여느 때처럼 거실에 앉아 TV를 보던 점심 즈음, 좀체 울리지 않던 전화기의 벨이 울렸다. 늙은 어매는 그것이 자신의 전화기 소리인지도 모르고 TV에서 나는 소리로만 알고 있다가, 늦게서야 전화를 받았다.


“저기 A씨 어머니 되시쥬?” 생전 들어본 적 없는 낮선 목소리, 하지만 그의 입에서 아들의 이름이 나왔다.


늙은 어매는 무슨 전화인가 싶어 대답했다. “맞아유. 그런데 누구세유?”


살짝 머뭇거리더니, 이내 작심한 듯 상대가 말을 쏟아냈다. “저 경찰인데유, 아드님께서 오늘 아침에 빙판길에 미끄러진 차를 그만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부딪혀서 그 자리에서 돌아가셨슈...죄송합니다...음...그런데 신원 확인을 해보니 가족이 어머니 한 분 밖에 안계셔서유. 이렇게 전화드렸습니다. 여긴 B병원인데 엄니 연세도 많으시고 해서 저희가 지금 모시러 갈테니까 외출 준비 하고 계셔유. 가족이 와서 신원확인을 해주셔야 해유.”


지극히 공손하고 겸손한 말투였지만, 말 마디 하나하나가 한 겨울 그 어느 추위보다도 호된 얼음채찍이 되어 어미의 가슴을 후벼팠다. 어매는 순간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고,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어매는 그냥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누군가 문을 두드린다.


“어머니, 저희 경찰입니다. 어머니 모시러 왔으니까 문 좀 열어주세요.”


늙은 어매는 그제야 정신이 들어 집 대문으로 향했다. 오늘 이 문으로 나간 것은 아들 하나인데, 낯선 경찰 둘이 들어온 것을 보니 아까 그 전화가 꿈이 아니었나보다.


“어머니, 가시죠”


경찰의 말은 짧고 단호했다. 그리고는 서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젊은 경찰이 곁으로 다가가 지팡이를 짚고 가는 어매를 힘겹게 부축했다.


오늘 처음 바깥 공기와 접한 늙은 어매의 볼에 매서운 칼바람이 휘몰아쳤다. 그 바람은 어매의 주름진 이마와 이제는 힘도 없어 후들거리는 얇디 얇은 두 다리를 계속 두들겼다.


그 칼바람에 메말라 사라진 줄 알았던 눈물이 살짝 고여 왔다. 눈가에 촉촉이 고인 눈물은 이내 물줄기가 되어 핏기 없는 두 뺨을 흘러 내렸다.


“경찰양반, 어찌된겨? 참말이여? 엉? 잘못 알고 온거 아녀?”


경찰들은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수없이 들어온 질문이었고, 지금 굳이 대답을 하지 않아도 병원에 가면 모든 질문이 그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어매의 그 질문에 대답하고 확인하는 것은, 거의 사라져버린 어매 마음의 온기를 마저 다 앗아가 버리는 행동임을 알았기에, 경찰들은 그냥 어매를 조용히 모시고 움직일 뿐이었다. 그들이 지금 할 수 있는건, 그저 나이든 노모 곁에서 손을 잡아 주는것 뿐이었다.



겨울 바람은 차가운 얼음이 되어 늙은 어미 곁에 머물렀다. 찬바람이 거세게 몰아치던 어느날, 어매는 팔십 평생 가장 추운 겨울을 맞이했다.





[라이터스: 심스 작가]바람의 온도




바람의 온도가 누구에게나 똑같으면 더없이 좋으련만,


불행히도 바람은 불공평하다.


거센 겨울바람이 불더라도


사랑하는 이의 손을 꼭 잡고 뜨거운 입맞춤을 하고 있는 정렬적인 그에게,


엄마의 두꺼운 외투 속 포대기에 감싸여 곤히 잠든 사랑스런 아기에게,


열심히 일을 마치고 가족이 기다리는 집으로 당당히 돌아가는 멋진 가장에게,


이정도 추위는 견딜 만하다.


그 어떤 강추위도 버틸 만하다.


하지만 어떤 곳에는 찬바람이 들이친다.


어제 사랑하는 이에게서 이별 통보를 받고 상심에 젖어있는 그에게,


가난에 부대껴 오늘도 겨우 버틴 뒷골목 가난뱅이들에게,


병들고 나이 들어 기력조차 없는데 말 하나 걸어줄 사람 없는 노인에게......


찬바람은 유독 거세게 불어 닥친다.


바람이 모두에게 똑같이 불어오면 좋으련만


그럴 일 없는걸 알기에 누군가는 안도하고 누군가는 옷깃을 여민다.


바람의 온도가 모두에게 따뜻하면 좋으련만


추운 겨울바람을 막아줄 벽 하나 없는 이에게는


오늘도 여전히 바람은 차다.


오늘 바람은 차다.


인정에 메마른 내 마음은 아직 차갑다.


따스한 온기가 그리운 나는


밤하늘 잡을수 없는 별빛을 보며


오늘도 볼을 스치는 찬 바람을 느낀다.


따스한 온기가 느껴지는 바람이 언젠가 나에게도 불어오길 간절히 소망해본다.



[라이터스: 김민관 작가] 찬바람 삼행시




찬: 찬인한 일이다. 찬바람은 참 찬인하다.


바: 바로 얼마전까지만 해도 맛나게 먹던 아이스아메리카노가 무섭게 보인다. 덜덜


저런 무서운 메뉴가 있다니 심장이 오그라든다. 내 간의 무게는


람: 람이 되었다. 내 손도 쪼그라들어 주머니에서 나올 생각을 안한다.


입에서 나오는 따뜻한 말 한마디도 가슴에서 얼어붙어 나오지를 않는다. 꽝꽝 얼었다.


뜨거운 물로 뎁히고 뎁혀도 마음까지 녹지 않는다.



참. 차가운 인간이 되었다 나는.



[라이터스: BH작가]찬바람. 계절의 향수.




밖에 나오자 내 얼굴에 찬 공기가 휘감아온다. 또 겨울이 오는구나. 나는 날씨에 담긴 추억과 느낌들을 기억한다. 너무 차가워, 숨 쉴 때마다 폐를 찌르는 듯한 공기도, 따뜻한 햇살에 적당히 시원해진 오후의 공기도, 설날 아침에 들이마시는 들뜬 발걸음을 가진 공기도. 매번, 매년 기억이 난다. 추억과 기억들이란 게 희미하고, 손에 잡히지 않는 꿈 같이 남아있어, 구체적이진 않지만, 숨을 크게 들이마시면 분위기가 내 몸을 훑고 지나간다. 마치 이젠 듣지 않지만 어렸을 때 무진장 들었던 옛날 노래가 우연히 들려올 때 풍겨오는 추억들과 같다. 일년 중 끝, 그 언저리. 일 년이란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갔다 느끼는 지그음쯤. 내 어린 시절들이 뭉뚱그려 떠오르게 하는 찬 바람. 잊혀진 사람이 떠오르는 익숙하고, 낯선 향기는 나에게 동심을 선물하고, 그때와는 달리 나이를 많이 먹어버린 나를 우두커니 지켜본다. 시간은 순환하는데, 나의 시간은 줄어들기만 한다. 후일에 내 시간을 너무 많이 써버려, 내 주위 모든 것이 바스라지고, 다시 찬바람이 불어올 때에, 오늘처럼 기분 좋게 내 몸을 훑고 간 바람들을 다시 느낄 때에, 그때의 나는 동심을 기억하게 될까, 모든 것이 바스라지지 않고 온전히 남았던 때를 기억하게 될까. 오늘도 집을 나서기 전에 할머니의 방문을 열어본다. 잠시 방문 앞에 서서 주무시는 것을 확인하고 조용히 힘주어 방문을 닫는다. 몇 년간 반복되어 온 내 습관도 찬 바람이나, 더운 바람 속에 섞여 들여갈 것을 안다. 내 마지막 찬바람의 기억엔 무엇이 떠오를까. 웃고 있을까. 울고 있을까. 나는 어떤 존재가 되어 저 바람에 섞여들어갈까.





[라이터스:글꾸니 작가] 바람




바람이 분다


네가


내게 온다


찬바람이 분다


차가운 네가


내게 온다


또 바람이 분다











[라이터스:민수 작가]알수없음




코가 시리다 못해 감각이 없다가


찬바람이 상쾌하기도 하고


이 계절에 눈이라도 내리면


포근하게 느껴진다.


똑같은 찬바람이 불어와도


저마다 느끼는 감정이 다르다.


찬바람이 저마다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는


시시때때로 변하는 내 마음때문일까?


시간이 흘러도 계절이 바뀌어도


어김없이 찾아온 찬바람처럼


난 바뀐게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나를 다르게 느낀다.


포근한 눈처럼


매서운 찬바람처럼


저마다 사람들은 나를 느끼나보다.


알다가도 모를일이다.







[라이터스:허허허 작가]찬.바람




겨울이 곁으로와 바람이 차오른다


한 걸음 내딛을때마다


마주서는 바람에 겨울이 그득하다


말라버린 공기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이리 차올랐나


빠듯하게 메꿔졌던 마음은


어느새 이리 구멍났나


코 끝까지 차오른 겨울의 차디찬 무게에


그나마 남아있던


입안의 온기를 내뱉어


몸을 움직여 본다


다시 돌아오는 미적지근한 숨에


겨울 바람이 차서


몸을 비집고 나아가기 조차 벅차다


바람만이 그득하게 차오른 겨울은


참 무거운 오늘이다





[라이터스:서혜빈 작가]겨울잠 깨어난 개구리




10/15, 학교:


선생님께서 ‘이제 진짜 수능이 다가왔다는 거 느끼죠?’라고 말씀하시자, 두 번째 줄에서 나는 눈을 굴릴 수밖에 없었다. 학교에서는 칠판과 복도 벽에 ‘D-30’, ‘수능 파이팅’, 등의 문구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은 나에게 초콜릿과 떡을 주었다. 선생님은 조금만 더 힘내라고 응원을 했고, 어머니께서 30일 기도를 올리기 시작했지만--


정작 나는 실감이 나지 않았다. 오늘도 그저 8시 40분부터 수능 시간표에 맞춰서 자습하고, 어제도 그랬고, 내일도 그럴꺼고, 모래도 그럴꺼고 - 이제는 왜 하ㄴ 지도 잘 모르겠다. 그래 그 봄에 문학을 하고 싶다는 수험생은 어디로 간걸까.


저 앉은 멀뚱멀뚱한 개구리인건가. 잠을 하도 못자 두 눈은 크게 부르고, 몸 너무 쪄서 옆자리로 살이 넘어가고, 히터 바람에 말라 비틀어진 그런 개구리말이다. 너무 아파 소리지르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그 큰 입을 다물어버린 저 개구리인가? 아니 지금이면 개구리는 겨울잠을 자고 있어야 하지 않는가, 왜 이 지상에 나온건가. 따악보니 이미 반수면 상태이구만, 굳이 더 공부할 이유가 없나 보내. 그냥 잠들어서 수능 다음 날 일어나면 모두가 더 행복하겠지.


하지만 야자실을 걸어 나오자, 10월의 차가운 공기는 히터에 상기된 뺨, 수면 부족으로 부운 눈을 가라앉혔다. 그래서 작년이었으면 코트를 더 단단히 여몄을 텐데, 올해는 오히려 코트 지퍼를 내려 안쪽까지 공기가 들어오게 했다.


깨어나길 바라며, 나만의 경전을 되네이며-


나의 개구리 피부를 벗으면서-


정말로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조금만 더 힘내달라고.


하루만, 아니 지금 1시간만 더 버텨달라고.


그런 내 등을 조용히 밀어주고 있었다.





라이터스 홈페이지(http://www.socialvalue.kr)



참가링크 모임앱(http://somoim.friendscube.com/g/5cb56560-f543-11e8-9e76-0a2da97069cc1)


참가링크 오픈채팅(https://open.kakao.com/o/gTtOc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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