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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호연 칼럼] 새 옷 사는 날

한지원 기자 / 기사승인 : 2024-12-15 22:4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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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칸에듀케이션그룹 제공

 

지난주 오랜만에 부모님을 찾아뵙게 되었다. 아끼던 셔츠를 꺼내어 한껏 멋을 내보려던 순간, 겨울이라 그런지 살짝 불러온 뱃살이 단추를 힘껏 밀어내고 있었다. 벌어지는 옷매 사이로 보이는 하얀 속살이 흉하고 부끄러웠다. 다른 옷을 입을 수 밖에 없었다. 아까웠다. 비싸게 주고 맞춘 옷이었는데…

 

벌어진 옷 틈을 보면서 문득 우리나라가 처한 작금의 상황이 묘하게 겹쳤다. 우리나라는 독재와 쿠데타의 트라우마로 인해 제왕적 대통령제를 막을 강력한 제도를 헌법에 명시했다. 바로 5년 단임제의 대통령제도다. 또한 대통령제를 택하면서도 미국과 같이 부통령을 두는 것이 아닌. 내각을 관리하는 총리를 두는 제도를 도입했다. 그때 당시의 상황에 맞게 ‘법의 재단사’인 국회의원들이 맞춤 헌법을 만들어 준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다만, 우리나라는 그 후로 전례 없이 빠르게 성장했다. 경제적으로도 성장했고, 정치적으로도 성장했다. 어쩔 수 없이(옷 틈 사이로 비친 필자의 뱃살처럼) 우리의 헌법도 이곳저곳 맞지 않는 부분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 사진=연합뉴스 제공

 

먼저 5년 단임제를 평가해 보자. 이번 계엄 사태에서 보았듯, 5년 단임제는 우리 국민에게 맞지 않는 옷이다.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우리나라와 맞지 않다.

 

첫째, 우리나라 국민의 넘쳐나는 재능과 다양성을 담아낼 수 없다. 우리 국민의 다양한 재능과 독특한 생각들이 만나 우리만의 역동성 있는 문화를 만들어냈고, 이런 역동성은 세계를 즐겁게 해주고 있다. 그러나 5년 단임제의 헌법은 이런 세계를 사로잡는 역동성을 담기 힘들다. 지금의 우리 정치 현실이 보여주듯 대통령제는 양당제로 귀결되게 되는데, ‘이것 아니면 저것’ 식의 이분법적 사고로는 우리 국민의 다양성을 담기 힘들다. 또한 내가 지지하지 않는 대통령이 당선되면 5년의 세월이 억겁처럼 느껴지게 되는데, 다음 대통령을 기다리는 사람이 하나둘 늘어나면서 국민은 다음 대통령을 기다리다 지친다. 이로 인해 이른 레임덕 현상을 불러올 뿐 아니라 탄핵까지 고민하게 된다.

 

둘째, 책임감 있는 대통령을 기대하기 어렵다. 우선 5년이라는 시간은 어떤 정책이든 효과를 보이기에 충분한 시간이 아니다. 정부의 정책이 효과를 보려면, 문제가 발생한 시점부터 정부의 정책이 집행되는 ‘내부시차’와 시행된 정책이 실제로 효과를 나타내기까지의 ‘외부시차’가 발생한다. 5년은 어떤 정책을 완성하기에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다. 단임제가 일으키는 이른 레임덕까지 고려하면, 어쩌면 우리는 무언가를 완성할 수 없는 대통령을 뽑고 있는 건 아닌지 재고해봐야 한다. 미국은 4년 중임제를 통해 최대 8년의 기간을 대통령에게 확보해주고 있고, 일본만 하더라도 국민의 신임을 받았던 아베 신조 총리는 8년 가까운 시간 동안 본인의 정책을 펼칠 수 있었다.

 

반면 우리나라는 최근 5명의 대통령 중 3명의 대통령이 탄핵소추됐다. 그리고 5년 단임제 시행 이후 집권 4년 차 4분기 지지율은 대부분 30%를 밑돈다.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사태를 보면서 성장한 우리나라, 우리 국민에게 작아진 헌법이 보였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라고 하지 않는가? 우리 민주주의가 하룻밤에 처한 이 위기를 현명한 기회로 이용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 사진=연합뉴스 제공

 

모든 사람은 저마다의 신체 특징이 있고, 각 국가는 저마다의 특색이 있다. 몸에 잘 맞는 옷이 주는 편안함처럼, 국민의 행복은 그 국가에 잘 맞는 헌법이라는 옷에 달려있다. 어쩌면 지금 혼란의 시기는 우리 국민에게 꼭 맞는 헌법을 재단할 최적의 시기일지도 모른다. 

 

비단 대통령제도만 재단할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개발도상국 시기의 대한민국에 중요했던 것이 “개인 기업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기본”으로 하는 시장경제체계였다면 (대한민국 헌법 119조 1항), 선진국 도열에 선 대한민국에 더 중요한 경제적 이슈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일 수도 있다 (대한민국 헌법 119조 2항). 지방자치제도가 속히 자리 잡으려면 풀뿌리 정치를 기반으로 법안을 검토하는 하원과 국가적 시각에서 법안을 다루는 상원으로 의회를 나누는 양원제가 더 적합할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역동적이고, 창의적이며, 민첩하고, 슬기롭다. 이런 우리 국민이 답답하지 않도록, 세계로 뻗어나가는데 제약이 되지 않도록, 그리고 그들의 자유와 평등을 따뜻하게 보듬어 줄 수 있도록, 국회가 실력 있는 ‘맞춤 헌법 재단사’가 되어주길 바란다.


맘에 꼭 드는 새 옷을 산 날의 미소가, 모든 국민들의 얼굴에서 피어날 수 있도록.

 

 

* 유호연
- 소셜밸류 발행인
- 칸에듀케이션그룹 대표

 

    [저작권자ⓒ 사회가치 공유 언론-소셜밸류.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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