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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호연 칼럼] 크리티컬 리딩의 힘

한지원 기자 / 기사승인 : 2024-09-15 05: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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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칸에듀케이션그룹 제공

 

점심 먹으러 나간 알바생이 세 시간 만에 돌아왔다. 말 없이 사라진 알바생이 이해가 가지 않았던 사장은 애써 분노를 삭이며 물었다. “점심 맛있게 먹고 왔나 봐요?” 그러자 알바생은 이렇게 대답했다. “사장님, 오늘 점심 JMT(‘정말 맛있다’의 신조어)!”

 

단지 우스갯소리로 들릴 수 있는 이 일화는 내가 SAT라는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과 공유하는 이야기다. 단지 오고 간 대화만 본다면(Textual Reading), 알바생은 죄가 없다. 오늘 점심 맛있게 먹었는지 궁금해 하는 사장님께 신조어로 답변드렸을 뿐이다.

 

하지만 ‘비판적 읽기’(Critical Reading)를 하는 순간, 알바생은 눈치 없는 사회 초년생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한 시간 넘는 점심시간을 갖기 어려운 요즘의 직장인 문화, 말 없이 나갔다 들어왔을 때 보이는 사장님의 애써 삼켜 넘기고 있는 분노 등 문맥에 비추어 보면, 우리 알바생은 ‘사회적 맥락’을 읽지 못한 죄인 아닌 죄인이 된다.

 

이 상황을 SAT 문제로 바꿔 보자. “다음 중 사장님의 질문에 대한 답으로 적합한 것은?”이라고 문제를 냈을 때, ‘A: 네, 점심 정말 맛있게 먹고 왔어요’와 ‘B: 다음부터 늦지 않겠습니다”라는 답이 있다면 어느 것을 고르는 게 맞을까? 당연히 글의 맥락, 사회적 맥락에 비추어 볼 때, B가 당연한 답이다. 문제는 많은 학생들, 특히 한국 학생들이 A를 답으로 고르고 있다는 점이다.

 

▲ 사진=연합뉴스 제공

 

무엇이 문제일까?

독해에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을 수 있겠으나, 기본적인 ‘글 읽기’ 연습이 어느 정도 되어있더라도 ‘크리티컬 리딩’의 기본인 ‘문맥 읽기’ 연습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다.

 

SAT 같은 공인 시험은 논리적인 사람이 잘 쓴 글을 이용해 문제를 낸다. 소위 말하는 ‘흐름이 좋은 글’을 이용하는 것이다. ‘흐름 좋은 글’이 읽기 편한 점이 무엇이겠는가? 바로 읽지 않아도 다음 나올 말이 무엇인지 예측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독해의 고수는 작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면서 글을 읽는 것이 아니라, 작가가 무엇을 말할지 예측해 보고, 내 예측과 작가가 적어 놓은 논리가 궤를 같이하는지, 아니면 내 예측이 틀렸다면 왜 틀렸는지 확인하는 작업을 반복하면서 글을 읽어 내려간다. 즉 단순한 리딩이 아닌, ‘비판적 읽기’(Critical Reading)를 하는 것이다.

 

‘크리티컬 리딩’은 어떻게 연습하는가?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보다 ‘다독’이다. 글을 많이 읽은 학생을 넘어서는 것은 쉽지 않다. 어렸을 때부터 좋은 글을 많이 접한 학생들은 ‘문맥 읽기’의 개념을 쉽게 이해하고, 빠르게 적용해 고득점에 다다른다. 어쩌면 당연한 답이다.

 

▲ 사진=연합뉴스 제공

 

안타깝게 ‘다독’의 타이밍을 놓쳤다면 다음의 방법들을 고민해 볼 수 있다.

 

첫째, 세 번 읽기 방법이다. 한국 학생들은 모르는 단어가 있으면, 그 단어 때문에 해석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문맥상 핵심적인 단어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처음 읽을 때 뜻을 모르는 단어가 나온다면, 주변의 문맥을 이용해 단어의 뜻을 유추하며 1회 독을 마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그러고 나서 두 번째 읽을 때 몰랐던 단어들을 모두 확인해 가면서 읽어보고, 정리를 마친 후 다시 한번 같은 글을 읽어보면, 처음 읽을 때 보이지 않았던 많은 부분이 보이게 된다.

 

둘째, 답지에 의존하지 않는 방법이다. 내가 오랫동안 사용해 온 방법이고,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방법이다. 미국의 SAT 리딩 시험은 수능의 언어영역과 비슷한데, 수학과 달리 정답으로 가는 길이 명확하지 않다. 따라서 ‘감’으로 푸는 학생들이 많다. 그러나 ‘감’으로 풀어서는 유사한 문제를 다시 만났을 때, 정답을 장담할 수 없다. 따라서 틀린 문제가 있었을 때 채점을 본인이 하지 말고,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는 것이 좋다.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 없이, 나만의 논리를 구성해 언제든 답에 다다를 수 있는 길을 익히는 것이다. ‘공신’ 석민창씨도 대학저널 인터뷰에서 같은 얘기를 한 바 있다. “제가 채점하지 않고, 부모님이나 다른 친구에게 부탁했습니다. 답을 알면 아무래도 다시 오답을 풀이할 때 그쪽으로 자꾸 눈이 가기 때문입니다.”라고.

 

셋째, 요약하며 읽기다. 리딩 시험은 수학과 다르다. ‘내가 잘 읽었나’ 하는 불안감은 고득점 학생, 저득점 학생에게 모두 나타난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고득점 학생들은 공통으로 ‘그날따라 글이 잘 읽혔다’고 말한다. 요약이 잘된 것이다. 요약은 텍스트를 단순하게 줄여내는 작업이 아니다. 작가의 의도와 숨겨진 의미를 파악할 때 제대로 요약이 될 수 있다. 즉 요약을 잘하는 것이 ‘크리티컬 리딩’을 잘하는 것이다.

 

위와 같은 방법으로 여름 동안 같이 공부한 학생 중 올해 8월 SAT 시험에서 반 이상(15명 이상)이 상위 1%(1500 점)의 점수를 받은 것을 보면, 어느 정도 입증된 방법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단순한 텍스트의 이해를 넘어 문맥을 읽어 내는 것, 즉 ‘비판적 읽기’(Critical Reading)를 하는 것은 ‘책 읽기’에 자신감은 물론 재미를 심어준다. ‘크리티컬 리딩’을 통해 더 이상 ‘중식 제공’을 ‘중국요리 제공’으로, ‘추후 공고’를 ‘추후 공업고등학교’로 읽지 않는 대한민국이 될 수 있다.

 

 

* 유호연

- 소셜밸류 발행인
- 칸에듀케이션그룹 대표

 

    [저작권자ⓒ 사회가치 공유 언론-소셜밸류.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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