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밸류=소민영 기자] 롯데가 수익성 중심의 사업 재편과 핵심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면서 주요 계열사의 실적 개선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 ▲롯데월드타워 전경/사진=롯데그룹 제공 |
유통과 식품은 핵심 점포 및 글로벌 사업을 중심으로 성장성을 높였고, 장기간 업황 부진을 겪었던 화학과 건설도 사업 구조 재편과 원가 관리 효과가 본격적으로 반영됐다. 호텔과 IT 계열사 역시 체질 개선과 신사업 확대를 통해 수익성을 끌어올리며 그룹 전반의 실적 회복에 힘을 보탰다.
특히 롯데쇼핑과 롯데웰푸드는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었고, 롯데건설 역시 영업이익이 4배 이상 증가했다. 호텔롯데는 영업이익 증가와 함께 당기순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 핵심 점포에 역량 집중한 롯데쇼핑…‘타운화·글로벌’로 수익 구조 개선
롯데쇼핑은 핵심 점포 경쟁력 강화, 저효율 점포 리밸런싱, 주요 자회사 체질 개선을 추진해 상반기 영업이익 3,42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81.5% 증가한 수치다.
백화점 사업부가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본점과 잠실점을 상권 전체를 아우르는 거점으로 육성하는 ‘타운화(Townization)’ 전략을 추진하고, K-콘텐츠 기반 MD와 외국인 전용 멤버십 등 계열사 연계 마케팅을 강화한 결과 상반기 외국인 매출 6,400억원을 달성했다. 현재 추세가 이어질 경우 3분기 중 외국인 매출 1조원 돌파가 전망된다.
해외에서는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가 6분기 연속 분기 최대 영업이익을 경신하며 베트남 사업의 성장 가능성을 입증했다. 국내 핵심 점포의 경쟁력 강화와 해외 복합쇼핑몰 성장이 동시에 실적을 뒷받침하는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롯데백화점은 하반기 영플라자 외관에 초대형 미디어파사드를 구축해 ‘롯데타운 명동’의 집객력을 높이고, 인천점을 세 번째 롯데타운으로 육성하는 ‘넥스트 타운화’ 전략을 추진한다. 8월 전관 리뉴얼을 마친 노원점과 하반기 오픈 예정인 청량리점 신관을 통해 서울 동북권 상권 공략도 강화한다.
롯데마트는 신선식품 품질 혁신과 가성비 PB 라인업 강화, ‘통큰데이’ 등 정례 프로모션 연계로 집객력을 높였다. 그 결과 국내 매출이 증가하고 영업적자 폭도 축소했다.
온라인에서는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을 가동해 영남권 새벽·주간·야간 배송 체계를 구축했다. 해외에서는 7월 베트남 떠이닌점과 박장점을 열고 중소도시 그로서리 시장 공략에 나섰다. e커머스 사업부는 패션·뷰티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고도화해 손실 폭을 줄였고, 홈쇼핑은 고마진 상품 중심의 포트폴리오 재편과 판관비 효율화를 통해 수익성을 개선했다.
유통 계열사의 실적 개선은 외형 확대보다는 핵심 점포와 고수익 상품군에 자원을 집중하고, 저효율 사업을 조정한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반기에는 타운화 전략의 확산과 베트남 사업 확대가 추가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 식품사, 해외 생산 거점 확대 및 글로벌 사업 확대로 영업이익 대폭 증가
식품 계열사는 글로벌 사업 경쟁력 강화와 내실 경영을 병행하며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롯데웰푸드는 상반기 영업이익 1,005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98.1% 증가했다. 국내 사업이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한 가운데 글로벌 사업이 22.8% 신장하며 해외 법인이 전체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인도와 카자흐스탄 등 주요 글로벌 거점이 성장의 중심에 섰다. 인도에서는 마하라슈트라 푸네 빙과 신공장의 가동률을 높여 성수기 공급을 확대했고, 건과 부문에서는 롯데 초코파이가 성장세를 이어갔다. 카자흐스탄에서는 현지 매출과 수출을 함께 늘리며 시장 지배력을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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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웰푸드 인도법인 롯데 인디아(LOTTE India) 본사 전경/사진=롯데그룹 제공 |
국내에서는 저효율 SKU(재고관리 단위·상품 품목)를 정리하고 판매 채널을 합리화하는 한편, 빼빼로·자일리톨 등 핵심 브랜드 중심으로 마케팅을 전개했다. 국내 사업의 효율화를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고, 해외 생산거점과 브랜드 경쟁력을 활용해 성장성을 높이는 ‘투트랙 전략’이 성과를 내고 있는 셈이다.
롯데칠성음료도 소비 트렌드 변화에 맞춰 제품 포트폴리오를 재편했다. RTD 브랜드를 ‘순하리진’으로 재정비하고 라인업을 확대해 관련 매출이 두 배 이상 늘었다. 출시 20주년을 맞은 ‘처음처럼’을 리뉴얼하고 저용량 청주 ‘수복 원컵’을 앞세워 주류 카테고리 전반의 경쟁력도 강화했다.
음료 부문에서는 제로 트렌드 확산과 무더위에 대응해 탄산과 스포츠음료 판매를 확대했다. 밀키스, 레쓰비 등 K-음료 제품을 50여 개국에 판매하며 전체 매출에서 글로벌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약 47%까지 확대됐다.
식품군은 국내 시장의 성장 한계를 해외 사업 확대로 보완하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향후 인도 등 핵심 시장의 생산능력 확대와 현지화 전략이 그룹 식품사업의 중장기 성장성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 화학사, 사업 구조 리스트럭처링으로 기초화학 의존도 낮추고 고부가 전환 가속
화학군은 사업 리스트럭처링과 고부가 스페셜티 중심의 포트폴리오 전환을 추진하며 수익 구조 개선에 나서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생산운영 최적화와 수익성 중심 사업 운영을 통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 특히 첨단소재 사업이 실적을 뒷받침하며 범용 기초화학 중심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려는 전략에 힘을 실었다.
지난 6월 분할 절차를 완료한 대산공장은 오는 9월 통합법인 출범을 앞두고 있으며, 여수공장은 사업재편계획 승인 이후 관계사들과 통합 운영체계 구축을 논의하고 있다. 이는 국내 석유화학 업황 부진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생산 효율성을 높이고 고정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연내 준공과 상업가동을 추진 중인 율촌 컴파운딩 공장을 기반으로 슈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등 고부가 제품 비중도 확대한다. 향후 기초화학 사업의 구조조정 속도와 첨단소재·스페셜티 사업 확대 여부가 실적 개선 지속성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롯데정밀화학은 스페셜티 사업 확대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식·의약용 셀룰로스 증설 물량 판매가 본격화하고 반도체 현상액 핵심원료인 TMAC 판매가 늘면서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배 이상 증가했다.
세계 1위인 TMAC 생산능력은 2028년 2분기까지 16% 추가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 4월에는 세계 최초로 그린 암모니아 선박연료 상업 공급에도 성공하며 친환경 에너지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EV용 전지박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AI 가속기·데이터센터용 HVLP 동박, ESS용 전지박으로 수요처를 다변화하고 있다. 7월 말레이시아 5공장을 가동한 데 이어 6공장도 4분기 내 조기 가동해 하반기 ‘Full 생산·Full 판매’ 체제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화학군의 전략은 단순한 업황 회복을 기다리기보다 범용 제품 비중을 낮추고 반도체·AI·ESS·친환경 에너지 등 고성장 산업으로 수요처를 확대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 건설·호텔·IT 등 주요 계열사, 체질 개선과 미래 성장 동력 확보 병행
건설·호텔·IT 등 주요 계열사에서도 체질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 롯데건설은 사업성 위주의 선별 수주와 전사적 원가 관리를 추진해 매출 원가율을 지난해 2분기 93.6%에서 88.8%로 낮췄다. 이에 따라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배 이상 증가한 1,728억원을 기록했다.
재무 부담의 핵심으로 꼽혔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도 줄였다. 대형 사업장의 본 PF 전환에 성공하면서 PF 우발채무는 지난해 말 대비 7,276억원 감소했다. 수익성 개선과 함께 재무 리스크를 낮추는 작업도 병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호텔롯데는 상반기 영업이익 1,356억원을 기록하고 당기순이익도 흑자로 전환했다.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힘입어 호텔사업부 객실 매출이 두 자릿수 성장했다.
면세사업부는 개별여행객 맞춤형 마케팅을 강화하고 지난 4월 오픈한 인천공항점 매출이 반영되면서 6개 분기 연속 영업흑자를 기록했다. 중국 단체관광객 중심의 과거 사업 모델에서 벗어나 개별 관광객과 공항 채널 중심으로 수익 구조를 다변화한 점이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롯데이노베이트는 DBO(설계·구축·운영) 사업을 확대하고 그룹사의 AX(AI 전환) 수요에 대응하며 수익성을 높이고 있다. 20년간 축적한 데이터센터 운영 역량을 기반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으며, 자체 AI 플랫폼 ‘아이멤버’를 통해 그룹 계열사의 디지털 전환도 지원하고 있다.
향후 그룹 내부 AX 수요와 데이터센터 사업 확대가 롯데이노베이트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자리 잡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외부 환경 변화를 사업별 전략에 신속히 반영하고 본원적 사업 경쟁력을 회복해 온 결과가 상반기 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앞으로도 수익성 중심의 경영 기조를 강화하는 한편, 글로벌 사업과 고부가 스페셜티 영역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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