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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제주항공 참사, “정부 책임 회피 위한 프레임… 진상규명은 이제 시작”

최연돈 기자 / 기사승인 : 2025-07-23 14:3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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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사 ‘단독 과실’ 몰기… 왜곡된 조사인가, 책임 회피인가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참사 현장에서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관계자가 기체를 살피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최연돈 기자

 

[소셜밸류=최연돈 기자] 2024년 12월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참사. 179명의 인명 피해를 낳은 이 사고에 대해 정부 산하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가 중간 발표한 결론은 단호했다. “조종사가 손상되지 않은 엔진을 정지시켜 주전력이 차단됐다”는, 이른바 ‘조종사 단독 과실’이다.

 

그러나 유가족들과 조종사협회는 이같은 발표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희생양 만들기”라는 격한 표현까지 등장했다. 단순한 과실 판단을 넘어, 이번 조사 결과가 “정부와 항공기 제작사 보잉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정치적 결과물”이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 정부·보잉 책임 벗어나는 조사 결과… 배상 부담 회피 가능성

 

사고 책임이 조종사에게 집중될 경우, 항공사의 책임 외에는 추가적인 법적 책임 주체가 사라진다. 현재 제주항공은 최대 1조4천억원 규모의 항공보험에 가입돼 있으나, 피해자 1인당 배상은 국제 협약상 2억~3억원 수준으로 제한된다. 국토교통부나 공항을 관리하는 한국공항공사, 그리고 항공기 제작사인 미국 보잉에 배상 책임이 확대될 경우, 유가족의 소송 전략과 배상 규모는 완전히 달라진다.

 

법조계에선 “정부나 보잉의 구조적 책임이 인정되면, 재보험사들은 제주항공에만 부담을 지우지 않고 국가나 제조사에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며 “조종사 단독 과실 결론이 나오면 책임 분산이 차단된다”고 지적한다.

 

■ 사고 원인 '단일화' 시도? 조사 외면한 핵심 질문들

 

유가족들과 조종사협회가 지적하는 가장 큰 문제는 조사 범위의 협소함이다. 사조위는 조류 충돌(Bird Strike) 이후 조종사가 ‘잘못된 엔진’을 껐다는 점만 부각시키고 있으나, 사고 전후의 여러 이상 징후에 대한 분석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유족과 협회 측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착륙 직전 랜딩기어 미전개 – 조류 충돌 이전, 항공기가 활주로에 근접하고도 착륙 장치를 내리지 않았다는 점은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조종사는 활주로 접근전에 미리 Flaps 전개와 함께 Gear Down 절차를 수행하는게 기본 절차이기 때문이다. 착륙 장치를 내렸지만(Landing Gear -DOWN) 랜딩 기어가 작동을 하지 않아 여러번 시도 끝에 다시 원상태인(Gear - UP) 포지션에 위치 시켜놓았을 가능성도 있다.

 

공항 주변 습지 및 조류 서식지 문제 – 새떼가 자주 출몰하는 습지 인근에 공항을 설계한 책임은 왜 조사 대상에서 제외되는가.

 

무안공항의 인력 및 시스템 부실 – 국제선 운항이 드물던 공항의 관제, 소방, 조류 감지 등 인프라가 참사 당시 제대로 작동했는지에 대한 조사는 미흡하다.

 

방위각 둔덕 충돌의 구조적 책임 – 사고기체가 충돌한 콘크리트 둔덕(로컬라이저)은 사고 피해를 극단적으로 키운 원인으로 지목된다.

 

관제탑과의 교신 내용, 영상 미기록 – Bird Strike 이후 조종사와 관제탑 간 교신 및 상황 기록 영상이 공개되지 않은 점도 불신을 키우고 있다.

 

이 같은 요소들은 사고가 단순히 조종사의 실수로 귀결될 수 없는 구조적 복합사고였음을 시사한다.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참사 현장에서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관계자가 기체를 살피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최연돈 기자

 

■ 조사기관 독립성 논란… “사조위는 국토부 산하”

 

조종사협회는 “사조위는 국토교통부 산하 기관으로, 정부의 책임이 걸린 사안에서 독립성과 객관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특히 사고 직후부터 사조위의 발표 방향이 조종사 과실 쪽으로 좁혀졌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는 ‘사전에 설정된 결론을 정당화하는 수순’이라는 것이다.

 

유족들은 이미 사조위의 독립성과 투명성 확보를 요구하며 대통령에게 직접 ‘민간 전문가 참여’와 ‘조사자료 공개’를 요청했다. 조종사협회 역시 CVR(조종실 음성기록장치), FDR(비행기록장치)의 전면 공개와 외부 전문가 참여를 재차 촉구하고 있다.

 

■ 기체 결함 가능성·보잉 책임은?

 

사고 항공기는 보잉 737-800 기종이다. 이 기종은 과거 다수의 엔진 이상 사례가 보고됐고, 미국 내에서도 수차례 안전성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만약 엔진 제어 시스템이나 전원 분배 계통에 결함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난다면, 보잉 역시 피해자 유족의 소송 대상이 될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미국에서 보잉을 상대로 소송이 진행될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포함해 국내 소송보다 5~10배 높은 배상 판결이 나올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는 정부와 사조위가 굳이 기체 결함 가능성에 침묵하는 이유 중 하나로 지목된다.

 

■ 진짜 책임은 어디에 있는가

 

현재 발표된 중간조사 결과는 분명히 하나의 단서일 수는 있다. 그러나 유족들과 조종사협회는 이 참사의 본질을 '복합 시스템 실패'로 보고 있다. 공항 설계의 미비, 관제와 비상대응 시스템의 부실, 기체 가능성, 조종 환경의 혼란 등 모든 요소가 종합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조종사를 '희생양'으로 내세워 정부와 글로벌 기업의 책임을 덮는 방식의 조사는, 사회적 신뢰를 더욱 무너뜨릴 수 있다. 무엇보다 국민들이 묻고 있는 질문은 단 하나다. “이 사고는 정말로 조종사 혼자만의 책임이었는가?”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된 조사가 시작돼야 할 시점이다.

[저작권자ⓒ 사회가치 공유 언론-소셜밸류.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소셜밸류 최연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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