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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루룩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여행 에세이

허상범 기자 / 기사승인 : 2020-04-01 23: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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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수 좋은 여행] 저자 조첨지

책 소개



<운수 좋은 여행>은 조첨지 작가의 여행 에세이다.


'왜 여행을 갔는데 여행을 즐기지 못해 이 사람아!'


평소 운수가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미국 여행에서 부친 캐리어가 오지 않아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단벌 신사로 있었던 그날 이후로 작가는 자신에게 또 다른 이름을 붙였다. 성은 조요, 이름은 첨지.


책은 조첨지 작가의 7년간의 여행 중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었던(비극보단 시트콤) 여행기, 후루룩 넘어가며 깔깔대는 여행기 혹은 누군가의 비극적인 여행 중에 위로가 될 여행기들을 담았다.


떠나보면 자신을 알게 되거나 갔다 와서 다이나믹하게 자신을 변화시키는 무언가가 여행에 있을 줄 알았는데 그런 것은 사실 크게 없었다. 하지만 당혹스러운 상황을 마주할 때 침착하게 생각하고 나름 기지를 발휘했던 일이나, 그땐 최악이었으나 지나고 보면 추억이 되는 기묘한 일들이 있었다.


조첨지 작가의 여행 에세이 <운수 좋은 여행>은 '지금 내 여행이, 혹은 내 삶이 왜 이러지?'라는 의문이 드는 이들에게 위로와 공감이 되어줄 것이다.



출처: 아인서점
출처: 아인서점


저자 소개



저자: 조첨지



20대 초반 휴가철에 라디오를 듣다가 '왜 다들 휴가를 가는데 나만 집에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을 시작으로 국내 내일로 여행을 쏘다녔다.


2013년에는 유럽을 40일동안 돌아다니고 2014년 영국과 아일랜드, 2015년 스페인, 2016년 홍콩, 미국, 2017년 북유럽, 2018년 샌프란시스코, 2019년 베트남, 프랑스 여행을 다녀왔다.


그 와중에도 틈틈이 국내를 다니는데 여행 중에 시트콤같은 에피소드가 많아 이 책을 쓰게 되었다.





목차



1. 첫 공원의 시련 9 / 2. 알프스의 불운 23 / 3. 왜 티라미스를 먹지 못해 이 양반아 33 / 4. 살레르노의 미아 44 / 5. 여행에서 생긴 트라우마 61 / 6. 부채를 주다 69 / 7. 숨 막히는 열차 80 / 8. 철학자의 조건 97 / 9. 수용소에서의 며칠 밤 108 / 10. 아침에는, 아니 저는 영어를 잘 못합니다 125 / 11. 체리 알러지 141 / 12. 국경을 넘어 침대에 눕기까지 12시간의 여정 149 / 13. 운수좋은 생일 171 / 14. 엉또 폭포를 보았니 188 / 15. 뉴욕 타임스 스퀘어에서 무소유를 외치다 200 / 16. 116 비석 224 / 17. 내일은 요리왕 238 / 18. 안개 속에 흐려진 그 모습까지 사랑한거야 247 / 19. 일찍 일어난 새가 머물 곳을 잃는다 264 / 20. 파리 첫날은 개선문 감금 280 / 21. 싸우지 마소 291 / 22. 마인드 유어 갭 299 / 23. 첨지부킹 : 숙소 예약 대행 서비스 309 / 24. 굳이 여기서 받고 싶지 않습니다... 325



* 에필로그 334





본문



2013년 나는 40일간의 유럽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회사 인턴시절 날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았던 우리 팀의 모 과장님은 그러셨다. 소처럼 일할 날은 많으니 놀 수 있을 때 장기여행을 갔다 와야 한다고. 평소 별 말을 건네지 않았던 과장님이 나에게 인턴 기간 중 제일 길게 하신 말은 그 말이었다. 과장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내게 그렇게 말했다. 나는 남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들을 꼭 기억해두는 버릇이 있어서 본격 취직을 하지 전 장기 여행을 다녀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해외여행은 처음이 아니었지만 그간 간 여행은 다 가까운 중국과 일본을 간 것이었고, 가이드가 있어서 여행이 대체적으로 편했다. 버스에서 내려 중간 중간 구경할 곳만 보고 다니면 되는 여행, 하지만 3년 연속으로 다녔던 국내 내일로 여행에서 맛본 자유여행의 묘미를 소처럼 일하기 전에 유럽에서도 느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한 번도 해외 자유여행을 가본 적이 없는데도 차곡차곡 용기를 내어 여행 준비를 하여 떠났다. 해외라서 그런지 여행 준비를 하나하나 다 직접 했다는 것만으로도 내 자신이 대견하였다.



그렇게 떠난 유럽 여행의 첫 나라는 '영국'이었다. 영국은 많은 유럽여행자들이 첫 여행지로 많이 가는 나라로, 익숙한 영어? 도 이유겠지만 섬나라라서 유로스타로 대륙으로 가서 돌아다니는 것이 좋기도 하고, 마지막 도시로 하기엔 항공세가 있어서 다른 나라 OUT보다 10만원이 비싸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처음에는 뭐가 뭔지 헷갈렸으나 영어를 사용한다는 점, 타고 다니기 쉬운 대중교통, 비교적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안전한 치한(브랙시트 전이었다.) 등은 많은 여행자들이 첫 여행으로 긴장을 좀 내려놓을 수 있는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나 싶다.



그런 영국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영국의 첫 인상은 굉장히 우울했다. 처음 도착해서 어렵사리 지하철을 갈아타고 내려서 숙소까지 걸어가는데, 역에서 숙소까지 가는 길을 프린트한 지도는 길 이름이 흐리게 프린트 되어 도대체 어디가 어디인지 가늠하기가 어려웠다. 방향치라서 한번 걸어온 길을 외우고 다니는 나는 초행길을 좀 어려워한다. 그래서 어렵사리 도착해 체크인 했던 호스텔은 매우 어색한 풍경을 지녔다. 지하철을 타고 올 때만 해도 6호선 이태원에서 다른 노선으로 환승한 것 마냥 다른 나라 사람이 많은 것뿐이고, 한국과 다른 점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심지어 히드로 공항은 사뭇 서울 고속터미널을 닮았다고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다음날은 매우 런던스러운 날씨 속에 다녔다. 비가 안 온 것은 다행이었지만 진흙탕 색인지 회색빛인지 잘 가늠이 안 되는 그런 하늘 색깔을 보며 버킹엄 궁 앞에서 생각보다 추운 런던의 5월 말 날씨에 평소 좋아하지도 않았던 짬뽕 생각이 간절해졌었고, 첫 끼로 먹었던 카페 네로의 샌드위치는 무슨 맛인지 모르는 재료들로 가득 차 있었고 하필 내가 샀던 물은 탄산수였다. 그 날 탄산수를 처음 먹은 나는 탄산의 끝에 단 맛이 없다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



첫날의 런던은 좀 우울해서 사실 울고 싶었다. 집에 가고 싶기도 했고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이렇게 먼 곳까지 와서 개고생을 사서 하나 라는 생각을 그 명작이 많은 내셔널 갤러리 의자에 앉아 한 30분 멍 때리며 생각을 했다. 명작이고 뭐고 소용이 없었다. 나의 기분은 그렇게 런던의 우울한 기운에 굴복하는 것일까 싶었다. 카페 네로 샌드위치가 너무 맛없어서 먹다 뱉었는데 그로 인해 영국 음식에 실망해 저녁도 먹지 않고 잠들었다. 잠자고 나면 좀 개운해서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는데 나는 생애 첫 시차증을 느꼈다. 새벽녘에 일어나 한국의 친구들과 대화를 주고받는 것으로 코리아의 기운을 충전시켰다.



그 다음날은 다행히도 좋은 일행을 만나 런던 근교인 브라이튼에 가서 세븐 시스터즈 절벽을 보고 왔다. 날도 괜찮았고 일행 언니가 런던을 여행했던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능숙하게 여기저기 잘 돌아다니는 모습을 선보여 언니 덕에 심정적으로 많이 안정을 찾았고, 신이 나기 시작했다.



그 기운을 받아 다음날에서야 나는 여행을 긍정적인 마음으로 하게 되었다. 날은 우중충했지만 오후가 되자 햇살이 갑자기 미친 듯이 쏟아지더니 날이 좋아지는 것이다. 그 때 그간 겪었던 런던의 우울한 기운을 다 떨쳐내고 조증이 마구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오후 일정을 어느 정도 소화했는데도 해는 질 줄 모르고 더욱 강하게 빛을 뿜어내어 이때 세인트 제임스 파크를 가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



첫날 버킹엄 궁전의 근위병 교대식을 보고 빅벤 쪽으로 걸어가는데 공원이 하나 있었다. 그게 세인트 제임스 파크였는데 그 우울한 날씨에도 눈에 띄었던 나무들이 있었다. 동네 공원에서 보던 나무와 달리 족히 100년 정도는 되어 보이는 나무들이 한 그루만 있는 게 아니라 여러 그루가 그 공원에 있었다. 나무의 종류를 잘 몰라도 어렸을 때부터 나뭇잎의 초록색을 다른 사람보다 유난히 좋아하던 나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자 아이는 분홍색, 남자 아이는 파란색을 좋아할 거라는 고정관념이 많이 있을 무렵에도 나는 꿋꿋하게 분홍색보다 초록색을 좋아한다고 하던 아이였다. 그래서 꽃보다 나무를 더 좋아하는 편이었고, 가로수 중 예쁜 나무가 있으면 길을 지나다닐 때마다 눈여겨보는 편이었다. 그런데 여긴 예쁘기도 하고 세월을 머금어 엄청나게 큰 나무들이 엄청 많았다.



그 나무들을 보며 유럽은 도시가 오래되어서 우리나라보다 훨씬 오래된 공원들을 가지고 있다는 걸 몸소 알게 되었다. 그래서 기억해 두었다. 날이 좋아지며 세인트 제임스 파크를 다시 오자고.



그리고 그 날이 이렇게 왔다. 낮이 길어진 탓에 오후 5시가 되어도 한낮의 햇볕을 자랑하는 런던이었다. 샌드위치를 실패했던 카페 네로에서 실패할리 없는 오렌지 주스만을 사 들고 공원으로 향했다. 공원에는 많은 사람들이 오랜만에 나온 햇볕에 반가워서 그런지 산책을 많이 하고 있었다. 평일 오후 시간에 공원에 사람이 많은 것이 신기했다. 또한 공원에 무슨 동물 친구들이 그렇게도 많은 지, 산 중턱도 아니고 완전 도심 속 공원인데 다람쥐들이 많이 있었고, 물가에 가면 오리도 있었다. 우리나라 공원에선 볼 수 있는 동물 친구들이라곤 비둘기와 누군가의 반려동물 뿐인데, 정말 자연적으로 꾸며서 자연 속에서 볼 법한 동물들이 이렇게 친근하게 있구나 싶었다.



- '1. 첫 공원의 시련'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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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밸류 허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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