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치 공유 언론-소셜밸류 - [독립서점 기획 연재 5화 :그들은 왜 서점을 열었는가?] 북촌 ′베란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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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서점 기획 연재 5화 :그들은 왜 서점을 열었는가?] 북촌 '베란다북스'

강문영 / 기사승인 : 2019-11-10 13: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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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터가 큐레이션하는 그림책을 만날 수 있는 곳

베란다는 묘한 매력을 갖고 있다.



나는 베란다가 주는 특유의 느낌이 좋아서


날 좋은 주말이면 베란다에서 하루를 보내곤 한다.


정오가 가까워져 오는 오전이면



베란다는 꽤 따뜻하고 조용해져서 절로 마음까지 편해진다.



화분에는 양껏 햇살을 머금고 있는 식물들이 있고


섬유 유연제의 좋은 향을 풍기는 빨래들도 있으며


카펫 위에 누워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낮잠에 빠진 강아지도 있다.


그리고 열린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봄바람은 기분까지 좋아지게 한다



이런 공간에 책 한 권까지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따뜻한 봄날의 베란다처럼 여유롭고 포근한 느낌을 주는 곳


베란다 책방을 만나고 왔다.



서울 종로구 계동길 120길에 위치한 '배란다북스'의 내부 모습이다.[출처: 강문영 기자]


Q. 안녕하세요? '베란다 북스'에 대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오픈한지 갓 1년이 지난 작은 서점이며 북촌 한옥마을 끝자락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어른들이 볼 수 있는 그림책, 사진집과 그래픽 노블 등 시각예술 관련 책들을 취급하며 책방을 시작했어요. 독립출판물을 중심으로 장르에 다양성을 시도하고 있고요 에세이, 소설 같은 책들도 조금씩 들여놓고 있습니다.



Q. 주로 그림책을 다루시나요?


A. 주로라기보다는 다루는 여러 장르 중에 하나인데요 여러 그림책을 주인공으로서 취급하려고 하고 있어요.



Q. 독립서점을 시작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A. 10년 동안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집과 작업실을 오가며 지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의 삶을 또 반복하면 즐겁고 재미있는 순간들이 앞으로 자주 오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그러면서 문득 '내가 즐겁게 살고 있나?'라는 질문을 하게 되었고, 그 답을 찾으면서 '서점'이라는 그림이 떠나질 않았습니다. 책방 운영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지만 갑자기 시작하게 되었어요.



Q. 직접 출판하시는 일러스트 북도 책방에 있나요?


A. 네. 저희 책방에 있습니다. 제가 만든 책도 있고 제가 삽화로 그렸던 출판사 책들도 있고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서울 종로구 계동길 120길에 위치한 '배란다북스'의 내부 모습이다.[출처: 강문영 기자]



Q. 서점 이름이 독특한데 '베란다 북스'는 무슨 뜻인가요?


A. 말 그대로 베란다예요. 아파트에 있는 베란다인데 아파트에는 항상 햇볕이 따뜻하고 식물들이 있고 편안한 느낌과 익숙한 공간.


사실은 테라스나 이런 쪽이 더 가까운데 사실 아파트의 베란다는 그런 휴식의 공간은 아니잖아요.


근데 여러 가지 그런 느낌들 중에서 베란다가 주는 느낌이 좋아서,


편안한 공간에서 휴식을 취하듯이 사람들이 이 공간에서 편안한 느낌을 느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에 이름을 지었습니다.



Q. 종로구에서 서점을 시작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A. 저랑 제 아내랑 같이 운영하고 있어요. 제 아내가 대표고 저는 부대표로 같이 하고 있는데요, 실제로는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기도 있는데 살아보고 싶은 동네였어요. 그리고 동네에서 같은 일을 하고 싶었어요. 원래 다른 지역의 아파트촌에 살았는데 삭막하고 재미도 없어서 사실 지방으로 가고 싶었어요. 제주도나 강릉이나 아예 시골로 가고 싶었는데 아기도 있고 저도 여기서 일하는 테두리가 있으니까 막상 용기가 안 나더라고요. 그래서 우연찮게 평소 좋아하던 이 동네에 인연이 닿아서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살아보고 싶은 동네였습니다.



Q. 작가님께서 직접 출간하는 책 외에도 다른 출판물들이 많이 있는데요. 서점에 가져오시는 책들을 작가님께서 직접 요청하시는 건가요?


A. 제가 직접 요청을 하기도 하고 저희한테 먼저 메일이 오기도 하고요. 그래서 메일이 오면 모든 출판물을 수용하기엔 좁은 공간이어서 일부는 거절도 하고 일부는 받기도 하고 있습니다.



Q. 일부를 받으실 때는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시나요?


A. 처음에는 시각 예술 콘텐츠 위주로 받았는데 독립출판물 중에도 일러스트북, 사진집을 제외한 좋은 책들이 아주 많아서 그걸 애써 굳이 안 받을 필요가 없겠더라고요. 그리고 처음엔 대중적인 책보다는 일러스트북이나 사진 책들만 가득했었어요. 책방 색깔이 중요하다고 해서 그런 것들만 취급하려고 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점점 운영을 할수록 '과연 이게 누구를 위한 책방 색깔인가?'라는 의문이 들더라고요. 마치 서점 운영자를 위한 책방 색깔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동네에 거주하고 계시는 분들이나, 여기를 지나다니시는 관광객들 모두가 그런 책을 좋아하지는 않잖아요. 그리고 홍대나 연남동 같은 경우에는 아무래도 미대생도 있고 대학생도 있고 전문가들이 많아서 괜찮지만 동네 책방이라고 타이틀을 걸었는데 막상 동네 주민들을 위한 책은 너무 없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해서 점점 독립출판물 중심으로 장르를 넓혀나갔어요. 에세이나 인터뷰 집도 받고 그러다 보니까 많지는 않지만 에세이나 문학 중심으로 기성 출판사 책도 조금씩 들여놓고 있습니다.



Q. 요즘 독립서점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요, '베란다 북스'만의 특별한 매력은 무엇인가요?


A. 책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어딜 가나 그 성질이 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비슷할 수밖에 없긴 해도, 일러스트레이터가 큐레이션 하는 그림책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합니다.


벽에 걸려있는 그림들도 판매하는 상품인데요, 오리지널보다는 가격적인 면에서 접근하기 쉬운 한정판 프린트를 판매하고 있는데 아마 다른 곳에서 많이 판매되는 그림들은 아닐 거 같아요.



Q. 서점에 있는 책 중에 직접 작가분들에게 요청해서 들여오기도 한다고 하셨는데, 작가에게는 어떻게 연락하시나요?


A. 시작할 때는 아는 작가들에게 부탁을 많이 했어요. 아는 작가들이 만든 책을 들이고 원래 알던 분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사실 책방을 시작하고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아는 사람이든 알지 못하는 사람이든 몰라도 연락을 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니까요. 모르는 사람한테도 연락을 많이 했었어요. 그렇게 해서 책을 받았고요.



서울 종로구 계동길 120길에 위치한 '배란다북스'의 내부 모습이다.[출처: 강문영 기자]


Q. 혹시 추천할만한 에세이가 있나요?


A. 에세이 중에서 저는 '지적 자본론'을 되게 좋아하고 재밌게 봤습니다. 사실 저희 책방과 어울리는 책은 아니에요. 도쿄에 츠타야를 창업한 사람이 쓴 책이거든요. 츠타야를 운영하면서 느낀 점들을 서점 운영에 관한 책이고 츠타야 같은 경우에는 일본에서 가장 성공한 대형 서점 브랜드예요. 서점 운영하기 전에 이 사람의 운영 철학이나 서점에 관한 생각들을 공부하려고 산 책이거든요. 도움은 많이 됐어요. 츠타야라는 책방과 저희와는 비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많은 부분이 도움이 되었고 마치 공부하듯 본 책이고 안에 있는 내용들도 정말 좋습니다.


'우리는 60년을 연애했습니다' 이 책도 좋아요. 한 남자가 평생을 함께한 배우자를 만났던 순간부터 이별한 순간들을 그림과 글로 남긴 책인데 굉장히 로맨틱한 작품입니다.



Q. 책을 입고하실 때 그 책을 다 읽어보나요?


A. 다 보지는 못해요. 평소에 봤던 책이나 보고 싶은 책, 아니면 좋다고 하는 책이나 이런 것들. 의외로 안 팔릴 것 같은 책이면 나중에 내가 볼 수 있는 책 들이라던 가. 아무래도 취향이 많이 반영되는 것 같아요. 전혀 제 취향이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책들은 들이기도 하고요.



Q. 앞으로 ‘베란다 북스’의 목표나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A. 특별한 계획은 없고 이것저것 소소한 실험들을 많이 해보고 싶어요. 애초에는 에세이나 문학은 취급을 아예 안 했는데 최근에 몇 달 사이에 책방 색을 조금씩 바꿔보는 시도를 하고 있거든요. 저희도 재미있고 다른 사람들도 좋아할 만한 책들이 늘어났으니 바꾸는 게 좋은 게 아닌가 싶어요. 공간을 하나의 색으로 굳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현실적으로는 그때그때 바뀌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좀 살아있는 느낌으로.



Q. 소소하게 변화를 주시더라도 일러스트레이터이시니까 그림책을 기본으로 하실 것 같은데, 입고하는 그림책에도 변화를 주시나요?


A. 기본적으로 좋은 그림책을 꾸준하게 소개하려 하고 있고. 웬만하면 국내 작가들 중심으로 소개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Q. 국내 일러스트레이터를 중심으로 입고하시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A. 네. 외국 작가들의 그림책도 있어요. 그렇지만 그림 작가들은 작가들이 살고 있는 지역이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우리나라에서 살고, 먹고, 보고 한 작가들에 의해 만들어진 그림책들. 아무래도 그 안에는 특별한 이야기,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합니다. 번역 그림책도 있지만 상당 부분 국내의 작가들의 그림책을 취급합니다.



Q. 찾아주시는 분들이 주로 어떤 책을 선호하는지 기호를 많이 알게 되셨나요?


A. 아무래도 유독 꾸준히 나가는 몇몇 책들이 있는데. 그걸 보면서 ‘아, 이런 걸 좋아하는구나’라고 생각하죠. 인기 있을 거라고 생각한 책이 아니었지만 의외로 잘 나가는 책도 있고요. 서로 보는 기준이 달랐던 거죠. 그래서 한편으로는 내가 좀 더 시선을 넓혀야겠구나라는 생각을 했고 여러모로 도움이 되었죠.



Q. 베란다 북스는 주로 어떤 분들이 많이 찾아주시나요?


A. 동네 주민들보다는 관광객들이 많습니다. 아니면 정말 그림책을 좋아하시는 분들. 아니면 인스타 계정 보고 오시는 분들.



Q. 책방 운영하시면서 어떤 점이 보람차고 재미가 있으셨나요?


A. 처음에는 다 재미있었어요. 책을 선별하고 어떻게 놓을까 고민하고 공간을 우리가 애정을 갖고 하나하나 색깔이 변해가는 걸 보고. 더 풍성해지는 것도 보고. 아주 사소한 일들까지도 다 새로웠으니까요. 지금은 그때처럼 다 새롭지는 않지만 방금 말씀드린 책방을 운영하며 매일매일 마주하는 여러 가지 어려움들, 문제점들을 한편으로는 어떻게 문제를 풀어나갈지, 지금보다 더 나아지게 만들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새로운 경험을 하는 기분이 들어 좋습니다.



서울 종로구 계동길 120길에 위치한 '배란다북스'의 내부 모습이다.[출처: 강문영 기자]






Q. 책방을 운영하시기 전에 원래 책에 관심이 많으셨나요?


A. 그냥 관심 있는 분야의 책들을 조금씩 챙겨봤던 정도에요. 아무래도 책에 그림 그리는 일을 많이 하면서 출판 쪽에 관심을 많이 갖게 된 것 같아요.




한창 인터뷰가 진행 중이었는데



아기와 함께 아내분이 돌아오셔서 인터뷰는 더 이상 진행하기 어려웠다.



사랑하는 사람과


같은 취향과 취미를 공유하고


같은 공간에서 일하며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모습이 멋있게 느껴졌다.



나도 언젠가 나만의 책방을 가질 날을 기약하며


문 밖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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