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급과잉·수요 부진에 업계 구조조정 국면
상업가동 앞두고 한 달 새 2명 사망…일부 공사 중단
[소셜밸류=최연돈 기자] 단군 이래 단일 프로젝트로는 사상 최대 규모라는 에쓰오일의 석유화학 단지 샤힌 프로젝트가 잇단 사망사고로 일정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에쓰오일은 올해 창사 50주년을 맞아 9조원대 샤힌 프로젝트를 준공을 마치고, 정유 중심의 사업구조를 개편하는 동시에 석유화학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석유화학 업황 악화로 관련 산업이 구조조정에 내몰리면서 석유화학에서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목표의 현실성이 떨어지는 상황에 직면했다. 여기에 잇단 사망사고로 샤힌 프로젝트 공정마저 늦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창사 50주년의 의미마저 퇴색될 처지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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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 석유화학 단지 전경 이미지/사진=AI 생성 이미지(ChatGPT) |
◇ 9.2조 투입 샤힌 프로젝트…정유사서 종합 석화기업으로
2일 업계에서는 에쓰오일이 샤힌 프로젝트 공사와 관련 올 상반기 '기계적 완공'을 계획했지만 일정에 맞추지 못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후속 일정도 차질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예상이 나온다.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는 2026년 상반기 기계적 완공 이후 하반기 시운전과 스타트업을 거쳐 상업가동을 준비하는 일정으로 추진돼 왔다. 이번 사망사고로 공사가 아직 재개되지 않은 점에서 상업가동 일정까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에쓰오일 관계자는 "건설사에서 기계적 완공을 완료했다는 자료가 지난 6월 30일 제출됐다"며 "기계적 완공은 토목 구조물이나 아스팔트 포장 등 일부 잔여 공사가 남아 있더라도 설비가 기계적으로는 준비된 상태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잔여 공사가 전혀 없다는 뜻이 아니라, 설비 측면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상태에 도달했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공사가 끝나지 않았어도 기계적 완공은 마쳤다는 주장이다.
샤힌 프로젝트는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에 총 9조2580억원을 투입하는 국내 석유화학 산업 사상 최대 규모 투자사업이다. 에쓰오일 최대주주인 사우디 아람코가 국내에 진행한 투자 중 최대 규모 사업이기도 하다.
에쓰오일은 이 프로젝트를 정유 중심 사업 구조를 석유화학으로 넓히는 전환점으로 보고 있다. 회사는 샤힌 프로젝트가 완공되면 석유화학 비중이 기존 12%에서 25%로 2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기대해 왔다.
실제 에쓰오일의 매출은 정유 중심이다. 에쓰오일의 2025년 사업부문별 매출은 정유 27조53억원, 석유화학 4조2342억원, 윤활 3조74억원이다. 전체 매출 34조2470억원 가운데 정유가 약 78.9%, 석유화학이 약 12.4%, 윤활이 약 8.8%를 차지했다.
올 1분기에도 구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에쓰오일의 1분기 매출은 정유 7조1013억원, 석유화학 1조1044억원, 윤활 7370억원이었다. 전체 1분기 매출 8조9427억원 중 석유화학 비중은 약 12.4% 수준이다.
샤힌 프로젝트는 이 12%대 석유화학 비중을 끌어올리기 위한 승부수다.
◇ 석화 비중 키우는데, 시장은 구조조정
문제는 가동 시점의 시장 환경이 투자 당시 회사가 예상했던 상황과 달라졌다는 점이다.
샤힌 프로젝트는 에쓰오일이 2022년 11월 투자 결정 이후 2023년 본격 착공했다. 당시 에쓰오일은 2026년 완공을 목표로 제시했고, 이후 일정은 2026년 상반기 또는 6월 기계적 완공, 하반기 시운전과 상업운전 준비로 구체화됐다.
기계적 완공은 설비 설치와 배관, 전기·계장 등 물리적 공사가 마무리된 상태를 뜻한다. 원료를 실제 투입해 제품을 정상 생산·판매하는 상업가동과는 구분된다.
에쓰오일은 지난 5월 중순 샤힌 프로젝트의 4월 말 기준 공정률이 96.9%로, 2026년 상반기 기계적 완공을 목표로 계획대로 진행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2026년 6월까지 기계적 완공, 12월까지 스타트업과 상업운전 준비를 진행하는 일정도 같이 공개했다.
이처럼 샤힌 프로젝트가 완결을 향해 가고 있지만, 막상 공략 대상인 석유화학 시장은 공급과잉과 수요 부진의 압박으로 장기간 불황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석유화학산업이 글로벌 공급과잉으로 구조적 위기에 직면했다고 보고, 지난해부터 산업 구조 고도화와 경쟁력 강화를 위한 특별법 시행령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작년 주요 10개 석유화학 기업이 참여하는 사업재편 협약을 통해 최대 370만톤 규모 나프타분해시설(NCC, Naphtha Cracking Center) 설비 감축을 목표로 제시했다. 석유화학 기업과 대주주가 자구노력을 토대로 구속력 있는 사업재편 계획을 내야 한다는 압박도 나왔다.
샤힌 프로젝트는 에틸렌 180만톤, 고밀도 폴리에틸렌 40만톤, 선형 저밀도 폴리에틸렌 80만톤 등을 생산하는 대형 설비다.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설비 감축과 고부가 전환을 논의하는 시점에, 에쓰오일은 오히려 대규모 석유화학 생산능력을 배가하는 셈이다.
에쓰오일은 샤힌 프로젝트가 기존 NCC와 다른 원료 경쟁력을 갖췄다고 설명해 왔다. 아람코의 TC2C(Thermal Crude-to-Chemicals: 열분해 원유-석유화학 직접 전환 기술) 기술을 활용해 원유를 석유화학 원료로 직접 전환하고, 정유와 석유화학 공정을 통합해 원가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석유화학 업황 부진이 길어질 경우 원가 경쟁력만으로 충분한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공급이 늘고 수요가 따라오지 못하면 제품 가격과 스프레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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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3월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왼쪽 세 번째)를 비롯한 관계자들이 샤힌 프로젝트 기공식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현대건설 제공 |
◇ 정유가 벌고 석화 키우는 구조…재무부담도 변수
에쓰오일은 정유 부문이 실적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26년 1분기 영업이익 1조2311억원 가운데 정유 부문 영업이익은 1조390억원이었다. 석유화학 부문 영업이익은 255억원에 그쳤다.
석유화학 부문은 전분기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했지만, 회사 전체 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작다. 정유 마진과 유가, 재고 관련 손익이 에쓰오일 실적을 좌우하는 구조는 여전하다.
샤힌 프로젝트는 이런 구조를 바꾸기 위한 투자다. 그러나 9조원이 넘는 투자는 재무 부담도 함께 키우고 있다. 에쓰오일의 순차입금은 2023년 3조8620억원에서 2026년 1분기 7조1790억원으로 늘었다. 순차입금비율도 같은 기간 42.7%에서 75.0%로 상승했다.
현재의 시장 상황처럼 석유화학 제품 가격 약세와 수요 부진이 이어진다면 샤힌 프로젝트에 투자한 막대한 자금은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에쓰오일은 지난 1분기 샤힌 프로젝트의 모노머(에틸렌, 프로필렌 등) 연간 공급계약을 확보했고, 고객 기반 확대를 위한 추가 계약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폴리에틸렌 장기 수출계약도 완료했다고 설명했다.
석유화학 업황이 구조조정 국면에 들어선 상황에서 신규 물량이 시장에 안착할 수 있는지, 가동 초기부터 기대 수익률을 낼 수 있는지, 중국발 공급과잉 속 가격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사업을 시작할 당시에도 업황이 좋았다고 보기는 어렵고, 현재는 더 어려워진 것이 사실"이라며 "석유화학은 경기와 수요, 공급 증설이 맞물려 움직이는 사이클 산업"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동과 중국의 공급 확대 때문에 업황이 어려운 것은 맞지만, 샤힌 프로젝트는 원가와 규모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는 투자"라며 "샤힌 프로젝트는 어려운 업황 속에서도 원가 경쟁력과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 기계적 완공 앞두고 사망사고 2건…일부 공사 중단
이처럼 샤힌 프로젝트의 사업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현장 안전 문제까지 제기됐다. 샤힌 프로젝트 현장에서는 최근 한 달 새 사망사고가 2건 발생했다.
지난 5월 25일 DL이앤씨 담당 구간에서 작업자 1명이 드럼 내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DL이앤씨는 당시 샤힌 프로젝트 현장에서 근로자가 드럼 내부 맨 밑에 앉아 있는 상태로 발견되는 중대재해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한 달 뒤인 지난 26일에는 현대건설이 시공 중인 샤힌 에틸렌시설 건설공사 PKG1 현장에서 협력업체 근로자 1명이 숨졌다. 사고는 지하 전선보호구조물 설치 구간에서 거푸집 해체 작업 중 토사가 무너지면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사고 이후 고용노동부는 샤힌 프로젝트 PKG1 현장 일부 구간에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 작업중지 범위는 현대건설이 담당하는 일부 구간으로 알려졌다.
기계적 완공을 앞두고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일부 구간의 작업이 중지됐고, 이로 인해 완공까지 이르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에쓰오일 측은 전체 프로젝트가 중단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일부 지연 가능성은 있으나 내년 초 상업가동 목표에는 변동이 없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샤힌 프로젝트에는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롯데건설, DL이앤씨가 참여하고 있다. 현대건설이 주간사를 맡았다.
패키지1은 스팀 크래커와 TC2C 설비를 건설하는 공사로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DL이앤씨가 수행한다. 패키지2는 HDPE와 LLDPE 생산설비, 자동화 창고 등을 설치하는 공사로 현대엔지니어링과 롯데건설이 담당한다. 패키지3은 탱크 설비 공사로 롯데건설이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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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5월 아람코 모하메드 알 카타니 다운스트림 사장이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 현장을 방문해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에쓰오일 제공 |
에쓰오일은 지난달 28일 창사 50주년을 맞았다. 안와르 알 히즈아지 에쓰오일 최고경영자(CEO)는 50주년 기념 메시지에서 “2026년은 에쓰오일의 창립 50주년이자 샤힌 프로젝트가 결실을 맺는 뜻깊은 해”라며 “지난 50년간 축적한 경쟁력과 혁신의 DNA를 바탕으로 미래 50년에도 가장 경쟁력 있고 혁신적이며 신뢰받는 에너지·화학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샤힌 프로젝트가 넘어야 할 산은 높다. 중국발 공급과잉과 수요 부진 속에서 신규 석유화학 물량의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9조원대 투자로 커진 재무 부담을 빠른 시간에 낮출 수 있을 지가 관건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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